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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25 22:59 수정 : 2009.06.25 22:59

사설

오는 7월 시행 2년을 앞둔 비정규직 보호법을 개정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법을 이대로 놔두면 이달 말로 사용 기간 2년이 끝나는 비정규직 노동자 중 대부분이 해고되는 ‘실업대란’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비정규직법 적용 시기를 유예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가정을 전제로 한 것으로, 결코 비정규직 해소책이 될 수 없다.

가장 과장되게 알려진 게 실업대란이다. 정부와 재계는 비정규직법 시행 2년이 되는 이달 말부터 최대 100만명이 사용 기간 만료로 해고된다고 주장한다. 마치 비정규직 전체가 해고 위험에 처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달 말에 사용 기간이 2년이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많이 잡아야 4만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 시행 이후 순차적으로 사용 계약을 맺어 기간 만료도 한꺼번에 돌아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100만명 실업대란’이란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설사 이달 말로 사용 기간 2년을 맞는 비정규직 노동자라도 실제로 모두 해고되지는 않는다. 그들이 하는 일 자체는 남아 있으므로 일부는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나머지는 해고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주장대로 비정규직법 적용을 유예하면 정규직 전환자는 한 명도 없게 된다.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비정규직을 점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한 비정규직 보호법의 취지가 전혀 지켜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물론 현행법을 그대로 시행하면 일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상당수의 비정규직이 해고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이 존속하려면 어차피 다른 비정규직이라도 쓸 수밖에 없다. 결국 고용총량으로 보면 큰 변화는 없게 된다고 볼 수 있다. 해고한 수만큼 비정규직을 그대로 채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는 비정규직법 적용 유예 때도 마찬가지다. 법 적용을 몇 년 유예한다고 해서 기업들이 지금 있는 비정규직에 대해 100% 기간 연장을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재계 쪽 주장만을 받아들여 어떻게든 비정규직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 쪽 주장의 전제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는 만큼 정치권은 실제로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부터 하는 게 우선이다. 그러고 나서 구체적인 현실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 편에 서서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데만 열중해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 가능한 한 정규직 전환 비율을 높이고,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으로 남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정규직과의 차별을 줄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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