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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사 대학살’ 중단하고 ‘학교 살리기’에 나서라 |
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후퇴와 경쟁위주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 1만7000여명 전원을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과부는 특히, 시국선언을 주도하거나 적극 가담한 88명을 해임·정직 등 중징계하고 검찰에 고발까지 하기로 했다. 또 선언에 참여한 나머지 교사들도 가담 정도를 따져 주의·경고 등 경징계를 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시국선언을 빌미로 눈엣가시인 전교조 교사를 ‘박멸’하겠다는 얘기다.
교과부는 교사들이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성실의 의무, 57조 복종의 의무, 63조 품위 유지의 위무, 66조 집단행위의 금지 등의 조항을 어기고, 정치활동 금지를 규정한 교원노조법 3조를 위반했다는 점을 징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교과부 교원단체협력팀의 사전 법률 검토에서조차 “전교조의 서명운동은 헌법에서 보장한 의사표현의 범위 안에 있어 국가공무원법과 교원노조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교과부의 징계가 말도 되지 않는 무리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니면 이명박 정부의 경쟁위주 교육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어온 전교조를 초토화하겠다는 정권 차원의 밀어붙이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교과부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의 관행과 형평성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 실제 교사가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일 자체가 거의 없다. 공안 바람이 기승을 부렸던 1991년 강경대씨 사망사건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에도 전교조 교사 9000여명이 이번보다 훨씬 강경한 내용의 시국선언을 발표했지만 징계 움직임조차 없었다. 또한 교사와 똑같이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대학교수들이 이번에 수천명이나 시국선언을 했는데도, 징계의 ‘징’자도 나오지 않고 있다. 교장이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도 수시로 집회나 서명운동을 하지만, 이를 징계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교과부는 “신성한 교단이 정치 이념으로 물들도록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교단을 정치로 물들이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의 정치 징계를 감행하려는 자신임을 알아야 한다. 교과부는 스스로를 욕되게 하는 일을 하루빨리 철회하고, 죽어가는 학교를 살리고 살인적인 사교육비를 잡는 데나 힘을 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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