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6.26 19:33 수정 : 2009.06.26 19:33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엊그제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서민 우선 배려’를 강조한 데 이어 서울 이문동 재래식 상가 밀집지역을 방문해 상인들의 하소연을 들었다. 이 대통령의 이런 서민 밀착형 행보는 최근 강조하는 ‘중도 강화론’, ‘중도 실용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 대통령이 밝힌 서민 중시 정책을 환영한다. 뒤늦게라도 경제운영 기조를 바꿔 어려움에 처한 서민들의 삶을 보듬고 가계의 주름살을 펴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둔다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세계적인 경제난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게 서민들인 만큼 서민 중시 정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이 직접 현장에 나가 서민들의 생생한 육성을 듣는 것도 탓할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대통령의 이런 행보가 한낱 정치적 제스처나 국면전환용 이벤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상인들의 손을 잡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직접 매상을 올려주는 것도 좋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서민을 위한 내실 있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일이다.

하지만 요즘 이 대통령의 ‘민생 행보’는 주목적이 실질적인 정책 변화보다는 ‘이미지 전환’에 있는 것 같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이 대통령의 재래시장 방문은 이미 7개월 전에도 있었으나, 그 뒤 정부가 취한 정책을 보면 ‘서민 우선’이라는 말이 무색하기만 하다. 게다가 현 상황을 두고 “정권의 이미지가 부자 정권으로 잘못 전달되고 있다”, “홍보 강화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진단이 나오는 것도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부자들에 대한 감세, 부동산 규제 완화 등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의 본질적 내용은 바꾸지 않은 채 이미지만 서민·중도로 가져가려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 대통령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이미지 개선이 아니다. 서민 우선이든 중도 강화든 마찬가지다. 김용갑 한나라당 상임고문이 적절히 지적한 대로 “민심이반은 소통 부재, 독주·독선, 포용력 부재, 화합노력 외면 등으로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뢰의 위기, 진정성의 위기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단순히 얼굴 화장만 고쳐 국민의 마음을 사려 해서는 결국 실패하게 돼 있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