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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MBC 배제한 방문진 구성은 법 취지 훼손 |
정부 관계자들이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이사진을 제멋대로 구성하겠다는 뜻을 공언하고 있다. 오는 8월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면서 전체 9명의 이사 가운데 2명을 문화방송 노사가 추천하던 관행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방문진 이사 절대다수를 친정권 인사들로 채워 현 경영진을 중도에 강제로 퇴진시킴으로써 문화방송을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뜻이다. 한국방송의 정연주 사장을 쫓아낼 때와 같은 수법이다.
이들은 방문진법이 이사회를 “각 분야의 대표성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으로 구성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는 점을 들먹이며 이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문화방송 노사의 방문진 이사 추천은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 방문진법의 입법 취지에 따른 것으로 이를 파기하는 것은 입법 정신을 파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1988년 방문진법 제정 때 법안을 기초한 박관용 의원은 ‘문화방송의 현장감각이 들어갈 수 있도록 방문진 이사 가운데 2명을 문화방송이 추천하도록 하는 게 입법 취지’라고 언급하고 이를 속기록에 남겼다. 이후 국회의장을 지낸 박 의원은 이런 입법 취지를 속기록에 남긴 이유에 대해 ‘그 정신이 현실에서 구현되도록 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고, 이는 88년 이래 문화방송이 방문진 이사를 추천해온 근거가 됐다.
사실이 이런데도 문화방송 쪽 추천 인사를 배제하려는 것은 임기가 한참 남은 문화방송 경영진을 갈아치우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 정권은 <한국방송> 이사회 구성을 바꿔 정연주 사장을 해임한 전례가 있다. 당시 해임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고자 정 사장 해임에 반대하던 신태섭 이사를 온갖 탈·편법을 동원해 쫓아냈다. 이런 무리수는 지난주 신 이사의 해임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기에 이르렀다.
정권으로서는 한국방송 사태의 재판을 막기 위해서라도 방문진 이사의 절대다수를 정권 쪽 인사로 채울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판단은 단견이다.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를 경계하는 대다수 국민과 문화방송 구성원은 정권의 이런 비이성적 행태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방송을 장악하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다는 헛된 꿈을 버리고 진정한 소통을 추구하는 정도의 정치를 추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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