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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리한 기업 확장에 경종 울린 대우건설 재매각 |
금호아시아나그룹이 3년 전 인수한 대우건설을 포기하기로 했다. 무리한 기업 확장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린 셈이다.
이번 결정은 대우건설 6조4000억원, 대한통운 4조1000억원 등 최근 3년 동안 기업 인수를 위해 쏟아부은 자금의 규모가 너무 컸던데다 지난해 갑자기 불어닥친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금호아시아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일정한 주가를 보장해주고 그에 미치지 못하면 주식을 되사주기로 하는 풋백옵션 방식의 거래는 주가 하락 때 대책이 없는 위험한 도박이었다. 많은 비용을 치르고 뼈아픈 교훈을 얻은 셈이다.
하지만 주력 기업을 과감하게 매각하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한 금호아시아나의 결정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에 머뭇거리다가 침몰한 재벌기업들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당시를 거울 삼아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바란다.
중요한 것은 금호아시아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재벌기업들이 최근 3~4년 사이 몸집을 크게 불렸다. 10대 그룹 계열사만 보더라도 2005년 6월 354개였던 것이 올해 6월에는 무려 488개로 늘었다. 외환위기 이후 한때 내실을 기하던 기업들이 다시 확장 경쟁에 나선 결과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가 아니라 삼성·현대차 등 4대 그룹에서 이런 위기가 발생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외환위기 때의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정부도 규제완화가 투자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특히 재벌기업이 매물로 나와 있는 기존 기업을 인수해 회사 규모를 키우는 방식은 곤란하다. 대우건설 매각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투자 활성화를 이유로 출자총액제한제 규정까지 완화해주면서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를 도왔다. 하지만 새로운 투자와 고용 창출은 없었고 결국 부실의 리스크만 키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재벌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은 필연적으로 경제력 집중을 초래하고 대형 부실기업을 양산하게 된다. 반대로 중소기업들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양극화는 심화된다. 지난 3월 출총제가 폐지되면서 재벌기업들의 투자 장벽이 대부분 없어졌다. 대우건설 재매각을 계기로 기업들이 문어발식 경영에서 벗어나 신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서 성장의 동력을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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