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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정규직법 유예 논란은 이제 그만 |
여야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비정규직 관련법 시행을 하루 앞둔 어제까지도 법 개정 문제를 놓고 씨름을 벌였다. 법이 제정된 뒤 거의 2년을 허송세월하다가 뒤늦게 부산을 떠는 정치권의 행태에 우선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정치권이 다투는 내용을 들여다봐도, 고용안정이라는 비정규직법 본래의 취지는 실종되고 법 적용시기 유예 등의 미봉책에만 매몰돼 있다.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시행할 거냐 말 거냐를 놓고 다툼을 벌이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정부·여당, 특히 노동부의 책임이 크다. 논란이 되는 지금의 기간제법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6년 남짓 논의를 벌인 끝에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제정된 법이다. 노동부로서는 이 법의 제도적 미비점 보완과 기업들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는 다양한 정책 개발 등 할 일이 태산 같았는데도 오히려 법 시행을 유예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 정부가 앞장서 비정규직법을 무력화하려 하니 기업들이 애초 계획했던 정규직 전환 계획마저 미루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심지어 노동부는 법 개정을 언급하기 전까지는 기업의 정규직 전환 사례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왔으나, 요즘 들어서는 그런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권의 논의가 난항을 겪는 사이 비정규직법은 일단 오늘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2007년 7월 이후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는 이제 근무기간이 2년이 넘으면 정규직으로 자동전환된다. 문제는 노동부가 법 개정에만 몰두한 나머지 법 시행에 전혀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업들을 상대로 한 정규직 전환 방법 계도, 행정지도와 홍보 등 해야 할 일이 많은데도 준비가 안 돼 있으니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 노동부는 지금부터라도 법 시행 유예 따위의 노력을 접고, 발등의 불부터 끄는 데 나서야 한다.
정치권 역시 노동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졸속합의를 하기보다는 법의 정신에 따라 비정규직 문제의 전향적인 해법을 찾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일단 비정규직법을 시행해 본 뒤 정밀한 분석과 평가를 거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선책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분명한 것은 법 시행 시기를 아무리 늦춰도 다시 그때가 되면 ‘도돌이표’로 똑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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