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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금을 멋대로 쓴 시·도 지사들, 그래도 무사할까 |
시·도 지사들이 업무추진비를 제 돈처럼 마구 쓴 행태가 드러났다. 업무추진비 역시 국민 세금에서 나온 돈인 만큼 엄연히 규정과 절차, 사용 제한이 있는데도 이를 예사로 무시한 것이다.
정보공개 청구와 방문조사 등을 통해 확인한 시·도 지사들의 위법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어떤 도지사는 업무추진비를 개인·단체 격려금이나 종교단체 의연금 등으로 썼고, 어떤 시장은 유관기관 간부나 지역 내 대학의 동문회장 등에게 화환을 보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의심을 피할 길 없다. 공직선거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이런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돈이 실제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흔하다. 홍보비 등의 명목으로 현금을 지출했다면서도 정작 누가 돈을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거나 일정에도 없는 행사에 현금을 낸 사례가 허다하다. 대부분 증빙서류도 부실하다. 업무추진비 지출 명세와 정산서 내용이 차이가 나기도 한다. 돈을 빼돌린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이는 업무추진비 지출 때 영수증 또는 지급 대상·목적·사유 등이 담긴 증빙서류를 붙이도록 한 정부 규정에도 어긋난다.
기자나 국가정보원 직원 등에게 상품권 따위의 촌지를 준 시장, 국회의원 등 유력 인사들에게 선물을 보낸 도지사, 공무원 행동강령의 접대비 상한을 훌쩍 넘는 1인당 5만~10만원씩의 밥값을 들인 행사를 여럿 치른 시장도 있다. 세금은 그런 데 쓰라고 준 돈이 아니다.
이번에 드러난 방만한 모습은 빙산의 일각이다. 업무추진비의 전체 규모와 현금으로 지출된 몫 정도만 드러났을 뿐, 구체적인 사용처는 대부분 불투명한 채로 남아 있다. 시장이나 도지사가 한 해 수억원의 업무추진비를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는 여전히 제대로 알 길이 없다. 업무추진비 지출의 투명성을 높이고 선심성 집행을 막으려는 규정이나 제도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를 어겼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도 엄격한 조사나 제재는 별로 없었다.
세금이 더는 잘못 쓰이지 않도록 하려면 먼저 업무추진비 사용 명세를 전면 공개하도록 제도로 못박아야 한다. 그래야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다. 드러난 위법이나 규정 위반에 대해선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따라야 한다. 국민 세금의 탈법적인 낭비를 지금처럼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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