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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작 시급 110원 올리고도 ‘서민 정부’인가 |
어제 새벽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시간당 110원(2.75%) 올린 4110원으로 결정했다. 거듭된 난항 끝에 합의에 이른 것은 다행이지만 노동자의 최저생활 보장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어서 실망스럽다.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률 2.75%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의 2.7% 이후 가장 낮다. 더욱이 최저임금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시간당 5150원)는 돼야 한다는 노동계 요구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저임금 해소로 임금격차를 완화하고, 노동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생계를 보장한다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가 무색하다. 경제위기로 말미암은 사업자들의 어려움은 알지만, 최저임금이 현실화해야 노동자들의 구매력이 늘어나고 이것이 곧 기업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했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는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최저임금 삭감안이 제기됐다. 사용자위원들이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최저임금을 5.8% 깎자는 안을 내놓은 것이다. 겉으로는 경제위기에 따른 사업자들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하지만 최저임금제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해마다 물가는 오르는데, 최저생계비에도 미치는 못하는 최저임금을 더 깎으면 사실상 최저임금으로서의 의미가 없게 된다. 최저임금제를 파괴하려는 이런 시도가 더는 없기를 바란다.
또한, 이명박 정부 들어 임명된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사용자 편에 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 삭감안을 내놓고 한 달 넘게 이를 고집했지만 공익위원들은 사실상 이를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막판에 몰려 중재안을 내놨으나 이것도 노동자보다는 사용자 편에 가까웠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중재자로서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살려야 할 공익위원들이 그 구실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최저임금안이 결정된 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저소득층 의료비 경감 등 서민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어떤 서민 지원 대책도 서민들의 소득을 늘려주는 것만 못하다. 한쪽에서는 최저임금을 겨우 시간당 110원 올려주면서, 다른 쪽에서는 서민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진정 서민을 위하는 정부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최저임금부터 현실화하도록 노력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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