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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02 21:17 수정 : 2009.07.02 21:17

정부가 어제 설비투자 촉진 방안을 내놓으면서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때 대주주가 싼값에 신주를 인수해 경영권을 방어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포이즌필 제도는 재벌 총수 개인에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몰아주는 것으로 주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장치다. 시가총액 1조원짜리 기업의 최대주주 지분이 20%라고 할 때 경영권 방어를 위해 10%의 추가 지분을 시가의 10분의 1가량에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 소액주주의 지분은 그만큼 줄어들고 대주주는 적은 돈으로 쉽게 지분을 늘릴 수 있다. 돈으로 따지면 1000억원어치의 주식을 100억원으로 인수하니 가만히 앉아서 10배를 뻥튀기하는 꼴이다.

정부는 기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사느라 투자를 못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현실과 맞지 않는 얘기다. 기업들은 금융위기 등으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향후 주가 상승을 대비해 자사주를 사들인다. 그게 주주의 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10대 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3월말 현재 46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들이 투자를 안 하는 이유는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서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나 두산은 경기가 좋던 시절에 큰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지만 금융위기 후유증으로 다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투자에 신중한 것은 자연스럽다.

경제가 발전하고 기업 규모가 커지면 대주주 지분은 점차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때 경영권을 방어하는 길은 경영을 잘해서 소액주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미국 기업은 포이즌필 제도에 의존하지 않고 이런 방식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거꾸로 생각해 보자. 기존 대주주가 주식을 싼값에 인수받아 언제든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면 어떤 재벌 총수가 소액주주들을 두려워하겠는가. 경영권을 뺏길 염려가 없으니 자기 마음대로 경영을 해도 그만이다. 결국 그간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재벌 총수의 황제경영만 강화시키게 된다.

기업은 재벌 총수 개인의 것이 아니다. 일반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총수의 경영권을 보장하겠다는 정책은 곤란하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강조해온 시장경제 원리에도 정면으로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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