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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용산 철거민을 두 번 죽이는 경찰 |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가 오늘로 166일째다. 하지만 참사의 상흔이 가시기는커녕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여전히 장례도 못 치른 채 차가운 냉동고에 갇혀 있는 철거민들의 주검은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서민정치’가 얼마나 가식적인지를 웅변한다.
그제 경찰이 대테러 훈련을 하면서 설치한 구조물과 훈련 내용은, 정부가 용산참사, 나아가 우리 사회의 약자를 어떻게 보고 대하는지를 다시 극명하게 보여줬다. 훈련용 건물 위에 망루를 지어놓고 크레인에 매단 컨테이너를 통해 진압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용산참사의 재현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망루에는 ‘생존권 보장’이란 글씨가 쓰여 있고 ‘투쟁’이란 펼침막까지 내걸렸다. 용산참사를 비롯해 생존권 보장을 외치는 사회적 약자들의 행동을 테러로 간주하고 무자비하게 다스리겠다는 정부 생각을 이보다 더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경찰은 비판이 일자 “용산참사를 염두에 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이 용산 철거민을 수사하면서 그들을 도시 테러범으로 몰아갔고 경찰이 추모집회까지 무자비하게 진압해온 점 등을 고려하면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 해명이다. 오히려 속내를 들키자 서둘러 덮으려는 인상이 짙다.
용산참사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지난 2월 물러난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이후 대표적 관변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의 부총재로 임명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 위에 있다. 연맹 쪽은 부총재단을 새로 구성하면서 경찰 쪽 사람을 넣는 게 좋겠다는 내부 의견이 있어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용산참사 책임 논란의 중심인물이 정권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관변단체의 고위직에 임명된 데는 정권 핵심의 의중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용산 진압이 법적으로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정당하다는 것을 시위하려는 인사인 셈이다.
용산참사 유족들과 범대위,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4당은 경찰의 용산참사 재연 대테러 훈련을 ‘용산 철거민을 두 번 죽이는 짓’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며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시동을 건 서민정치는 재래시장에서 어묵과 뻥튀기를 사먹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물음에 어떤 답을 내놓느냐가 첫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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