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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2의 〈워낭소리〉, ‘장기하’를 죽이는 편견과 무지 |
사실 〈워낭소리〉의 기록에 버금갈 독립영화가 다시 나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 없다. 다큐멘터리 영화 최고의 흥행(관객 297만명), 100만 관객 돌파 영화 가운데 최소 제작비(2억원), 최고 수익률(4500%) 등 꿈의 기록이다.
이후 <똥파리> <낮술> 등이 잇따라 도전했고, <워낭소리>의 기록에는 한참 못 미쳤지만 작품성에선 그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자본과 제도에서 자유로우려는 독립영화의 이런 분투는 거대자본에 장악돼가는 한국 영화의 희망이 됐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희망은 이제 접어야 할 듯하다. <워낭소리> 등 독립영화가 개봉관 스크린에 걸릴 수 있도록 해준 독립영화 마케팅 지원 제도가 철폐됐고, 이 제도에 따라 개봉했던 독립영화도 올해 상반기를 끝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역시 자본과 제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신의 음악세계를 자유롭게 표현하려는 인디음악의 형편도 마찬가지다. 인디음악인에게 음반 제작비를 지원해오던 인디레이블 육성지원 제도가 지난해 철폐되면서 다양한 색깔의 레이블 제작이 어렵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인디음악인이 제대로 평가받고 대중 앞에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한국대중음악상에 대한 지원마저 중단했다. 획일화한 우리 대중음악계를 더욱 획일화시키겠다는 의지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대중문화를 고사시킬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랬다면 연극인 출신인 유인촌씨를 문화부 장관에 앉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뿌리깊은 편견과 무지다. 독립 혹은 인디란 말에 정책당국이 토로하는 거부감이 단적인 예다. 이들은 이것을 저항, 반정부 혹은 퇴폐 따위로 오역한다.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의 차이를 간과한다거나, 인디음악과 제도권 음악을 동일선상에 놓고 보려 하는 것 따위는 현실에 대한 무지의 방증이다.
독립영화나 인디음악이 추구하는 건 좋은 영화, 좋은 음악일 뿐 대박이 아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 역시 어렵게 만든 작품이 스크린에 걸리거나 레이블로 제작돼 대중과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고, 생기는 수익이 유통자본에 의해 독점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뿐이다. 사실 정부로서는 최소의 지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외면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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