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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압수수색, 소환 따위로 국민 입 막겠다는 공안정권 |
경찰이 지난 3일 새벽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지난달 교사 시국선언 관련 문건과 함께 조직 연락망 등이 담긴 컴퓨터 서버, 압수수색 대상도 아닌 개인수첩까지 모두 거둬 갔다. 경찰은 곧 전교조 간부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한다.
경찰의 이런 조처는 전례도 없을뿐더러 지나치다. 올해 창립 20돌을 맞은 전교조가 사무실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사 쿠데타에서 비롯된 노태우 정권도 하지 않은 일을 이명박 정부가 자행한 것이다. 압수수색의 핑계가 된 시국선언은, 그 내용이 이미 기자회견으로 공개된데다 참여 교사 1만7000여명의 명단까지 전교조 기관지에 그대로 실려 있다. 겁을 주고 핍박하려는 게 아니라면 굳이 압수수색을 벌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 그동안 수없이 나온 전교조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의 교사 시국선언이 처벌 대상이 된 일도 없다. 교육과학기술부도 내부 검토 끝에 이를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도 고발에 이은 압수수색, 소환조사 등을 강행하고 있으니 법을 앞세운 권력 남용이라는 손가락질을 피할 길 없다.
그것이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는 쉽게 짐작된다.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교사들의 2차 시국선언을 막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공무원 조직의 시국선언 움직임을 경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수사 지휘를 맡은 검찰도 압수수색을 서두른 게 그런 상황을 고려한 때문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고 한다. 정권 비판론의 확산을 차단하려는 정치적 목적에서 시작된 수사라고 자인한 셈이다.
검찰이나 경찰은 이를 범죄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처라고 강변하려는 모양이지만,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 말고는 시국선언을 범죄로 처벌한 일도 없거니와 국민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행사를 정부가 미리 막고 압살하려 드는 게 정당화할 수 있는 일도 결코 아니다. 엄밀한 원칙과 정당한 필요에 따라 집행되어야 할 압수수색이나 소환 따위 수사 절차가 이번처럼 사실상의 처벌이나 탄압 수단이 되는 것도 비정상적이다. 정부, 특히 검찰은 이런 위헌적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이번 압수수색은 소통 부재와 일방적 국정운영을 바꾸라는 국민의 소리에, 정부가 오히려 그 입을 틀어막는 것으로 대답한 것이다. 그런 치졸한 행태가 과연 언제까지 통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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