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7.06 21:44 수정 : 2009.07.06 21:44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논현동 자택과 일부 동산을 뺀 재산 331억여원으로 재단을 설립해 장학·복지 사업을 하기로 했다. 대통령선거 직전 방송연설에서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고 약속한 지 19개월 만이다. 이 약속은 대선 기간 제기됐던 재산 형성 과정의 의혹을 털어내려는 방어 차원에서 나왔다. 게다가 대통령 당선 후 이행이 늦어지면서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던 터였다. 이 때문에 뒤늦게나마 이 대통령이 약속을 지킨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재단은 이 대통령이 학창 시절 어렵게 공부했던 경험을 따서 고등학생 등록금과 초·중·고교생의 식비 등을 지원하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재단법인 청계의 설립에 즈음하여’라는 글에서 “물질로써만 아니라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는 사회를 소망한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런 뜻이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국의 부유층은 선진국에 견줘 돈 버는 데만 골몰하고 사회공헌에는 인색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기부는 형식과 내용에서 아쉽고 우려되는 점이 있음을 솔직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미 있는 재단에 재산을 쾌척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 이름의 재단을 설립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기부자가 스스로 재단을 만드는 방식은 우리 사회에서 세금 없이 재산을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자주 악용됐다. 많은 재산가들이, 처분할 수 없거나 처분할 이유가 없는 재산을 출연해 공익재단을 만든 뒤, 좋은 일을 한다는 생색과 함께 세금 혜택을 받고 편법으로 재산권도 행사하는 통로로 활용해왔다. 이 대통령의 재단도 이런 오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재단 이사진에 사위와 친우, 측근들을 대거 포진시킨 것은 그런 우려를 키운다. 장차 재단 운영에 이 대통령이 일일이 간섭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비칠 수 있는 탓이다.

재단이 앞으로 이 대통령이 출연한 재산으로만 운영된다는 확고한 원칙을 세우고 지켜가는 것도 중요하다. 외부 출연 가능성을 열어두는 순간, 모금과 관련한 현직 대통령의 영향력 행사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좋은 일을 하고도 운영을 잘못하면 안 하느니만 못할 수 있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