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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4 19:49 수정 : 2005.05.24 19:49

기득권층의 병역 기피용 국적 포기를 둘러싼 논란이 온나라를 달구고 있다. 어제 새 국적법이 시행됨에 따라 이제 병역을 피하려 국적을 포기할 수 없게 됐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법무부의 잠정 집계를 보면, 새 국적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6일부터 23일까지 국적 포기자는 모두 1692명에 이르렀다. 놀랍게도 국내 국적 포기 신고자 1287명 가운데 5살 이하 아이가 179명이나 됐고, 6~10살 어린이도 138명으로 집계됐다. 스스로 장래를 결정한 능력이 없는 자녀의 국적을 임의로 빼앗은 부모들의 행태는 이기적인 수준을 넘어선 폭력이다. 국적 포기자의 부모 상당수가 기득권층이라는 것도 간접적으로 확인됐다. 학계 인사가 전체의 26%이고, 54%는 외국 상사주재원이다. 국공립대 교수를 포함한 공무원도 9명이 있다고 한다.

이 땅에서 많은 혜택을 누린 이들의 이런 기만적인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이가 없다. 국적 포기자들이 그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집단적 화풀이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가 두루 잠재해 있는 병역 기피 심리의 해법을 고민하고 ‘대한민국 국적’ 개념과 국적 취득·포기 절차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기회가 된다면, 우리 사회는 한 단계 성숙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병역 의무나 국적이 절대 기준이 되는 걸 경계해야 한다. 절대 권위의 그늘 밑에선 언제나 독버섯이 자라나기 때문이다. 그래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 포용, 병역의무가 없는 여성과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 해소 등의 가치도 확산될 수 없다. 인기 가수 손호영씨가 국적 논란에 휘말리자 서둘러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입대하겠다고 밝힌 것은 요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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