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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언론관련법 논의시한 설정 안 된다 |
한나라당이 언론관련법 개정안을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이번 회기 안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나경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간사가 그제 이번 국회 처리는 기정사실이라며 “민주당이 대안을 내놓으면 13일까지만 논의하겠다”고 선을 그은 데 이어, 김형오 국회의장 역시 “국회 정상화는 즉각 이뤄져야 된다”고 말해 직권상정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나라당이나 국회의장의 이런 태도는 온당하지 않다. 지난 2월 국회 당시 여야가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합의는 충분한 국민여론 수렴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꾸려진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는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의 비협조로 여론수렴은커녕 여론조사도 못하고 좌초했다. 한나라당이 밀어붙이기의 명분으로 삼는 2월 합의를 저버린 것은 바로 한나라당 쪽인 것이다. 한나라당은 또 민주당에 대안을 추궁해놓고는, 민주당이 정작 대안을 내놓겠다고 하자 지연작전에 말려들지 않겠다며 시한을 못박았다.
이런 태도는 미디어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언론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충정을 강조하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진실로 충정에서라면, 여론수렴이 충분하지 못한 것을 참작해 국회 차원에서라도 모든 대안을 놓고 충분하고 진지하게 논의해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마땅하다. 한나라당 자체 조사를 비롯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법 개정에 반대하는 국민이 여전히 다수다.
한나라당은 자체 검토 중인 법안 내용이 애초 발의된 것에서 상당히 바뀌어, 재벌이나 큰 신문에 방송을 넘기려 한다는 주장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고 주장한다. 신문사와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겸영을 2012년까지 보류하고 일정 점유율 이상의 방송사업자는 사후규제하기로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지분참여를 허용하면서 겸영만 유예한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5% 안팎의 지분으로도 기업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방송법 이외에도 사이버 모욕죄처럼 문제가 되는 내용이 허다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언론관련법 개정이 정권 차원의 문제라며 밀어붙이는 것은 한나라당 스스로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집단임을 확인시켜주는 꼴이다. 법 개정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요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제라도 귀를 열고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 과정을 만들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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