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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09 20:27 수정 : 2009.07.09 20:27

이명박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을 보면 왜 남북관계가 갈수록 나빠지고 대북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못 받는지 알 수 있다. 그가 엊그제 <유로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 생생한 사례다.

이 대통령은 “(과거 정부가)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지원했으나 그 돈이 북한 사회의 개방을 돕는 데 사용되지 않고 핵무장을 하는 데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상업적 교역이 대부분인 남북 사이 현금거래를 핵개발 지원으로 치부한 비상식적 주장이다. 대북정책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이 아무런 근거 없이 이렇게 마구 얘기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남북 교류·협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이전 정부 정책을 부정함으로써 자신의 대북정책 실패를 호도하고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뚜렷한 발언이다. 일부 보수세력이 선동을 목적으로 퍼뜨린 ‘대북 퍼주기’론을 무비판적으로 되뇌는 것이라면 더 큰 문제다. 대통령으로서 기본적인 판단능력과 책임감도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행태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사실 가장 폐쇄된 사회의 지도자”라며 “북한은 완벽하게 폐쇄된, 우리로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라고 했다. 남북관계를 풀어가야 할 책임자로서 해서는 안 될 발언이다. 이 대통령의 대북 인식이 온당한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상대를 ‘이해할 수 없는 나라의 지도자’라고 몰아붙이는 게 그러잖아도 아주 나쁜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잠깐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의문이다.

청와대 쪽은 이 대통령 발언이 늘 하던 말이며 대북정책 기조 변화와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그렇더라도 대통령으로서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신중하고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외교·안보·통일 사안을 놓고 대통령이 편협한 생각을 분별 없이 얘기한다면 정책 수행은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이 대통령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돌출적인 북한 관련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명박 정부는 상생·공영의 대북정책을 내세우지만 실제로 정부 안에는 ‘남북관계는 없어도 된다’는 인식이 적잖다. 또 남북관계 개선에 애쓰기보다 남북 갈등을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경향을 추인하고 강화하는 한 남북관계 포기 선언으로 비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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