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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12 20:12 수정 : 2009.07.12 20:12

사설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고 한다. 유럽을 순방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유럽연합 이사회 순번 의장국인 스웨덴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공식 타결 선언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들린다. 정부는 막판까지도 구체적인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비공식적으로 확인된 협정 초안을 보면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못지않게 우려할 만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유럽연합은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한-미 협정과의 동등한 대우를 요구해 왔으며, 결국 이를 관철시킨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법률시장 등 일부 분야에서는 오히려 개방의 폭과 깊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으로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포괄적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서비스·투자·지적재산권 등 자신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반면에 한국은 텔레비전·자동차 등의 관세 철폐 협상에서 제대로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

더욱이 협정 초안에는 역진 방지, 미래 최혜국 대우 보장 등 한-미 협정에서 독소 조항으로 지적됐던 항목들이 고스란히 포함됐다. 또 의약품 가격 상승을 불러올 치명적 독소 조항인 ‘의약품 허가-특혜 연계’ 조항도 들어 있다. 쇠고기 수입에 대해서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기초한다’고 명기해, 광우병 위험이 높은 유럽 일부 국가의 쇠고기를 들여올 길도 터놓았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이 한-미 협정과는 달리 ‘착한 에프티에이’라는 생각이 확실한 착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이 이대로 타결될 경우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서비스 분야만 해도 현재 연간 60억달러에 이르는 대유럽연합 무역적자의 폭이 더욱 늘어날 게 분명하다. 자동차도 유럽연합이 주장해 온 자동차 기술표준 문제를 우리가 양보함으로써 유럽차의 국내 수출이 훨씬 용이하게 됐다. 특히 한-유럽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한국의 각종 ‘표준’이 해체되는 것은 미래 경제의 주도권 상실이라는 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도 정부는 협상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밀실 협상에만 매달려 왔다. 정부는 하루빨리 협상 내용을 상세히 공개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정 체결의 이해득실을 원점에서부터 철저히 따져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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