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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상화되자마자 ‘국회 파행’을 유도하는 한나라당 |
민주당이 43일 만에 국회로 돌아왔다. 민주당이 애초 기대했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여당이 언론 관련법, 비정규직 관계법 등을 강행처리하려는 상황이니 복귀는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대통령의 사과, 검찰 수뇌부 문책, 박연차 사건 특검 실시, 검찰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 국회 내 검찰개혁특위 구성 등을 요구하며 6월 국회 등원을 거부했다. 민심의 요구를 반영시키기 위한 조처였다. 하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적 조문 열기가 식기만 기다리면서 이를 묵살했다.
여야를 떠나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5대 조건은 노 전 대통령의 억울한 죽음과 관련한 민심을 제도적으로 수렴하려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민주당은 일단 복귀한 만큼 이번 회기 안에 적어도 검찰 개혁만은 꼭 관철하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민주당이 등원한 것을 두고 한나라당은 마치 승리라도 거둔 듯 의기양양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번 일을 거치면서 민심에 귀기울이지 않는 정당임을 다시 한번 만천하에 드러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여야는 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정상화한 만큼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살려 민심 위주, 민생 위주의 현안부터 처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선 한나라당은 민생과 특별한 관련이 없으면서도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언론 관련법을 이번 회기 안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방침부터 철회하는 것이 옳다. 민주당은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이들 법의 처리를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언론계·학계와 시민단체들도 ‘조·중·동 방송’ ‘재벌방송’ 만들기 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의회정치의 위기는 피할 수 없다. 다시 국회 파행은 불가피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비롯한 보호 강화, 빈부 격차 해소 등 민생 현안은 실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직권상정이라는 카드를 함부로 꺼내들어서는 안 된다. 김 의장은 회기가 열릴 때마다 대화와 타협을 유도하기보다는 직권상정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야당을 압박해왔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김 의장은 지금보다 더욱 여야 대립이 첨예했던 시절에 국회의장을 두 차례나 하면서도 직권상정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이만섭씨를 본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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