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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송공사법과 수신료 인상 논의의 정치적 의도 |
언론관련법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방송공사법’ 추진을 공언하고 나섰다. 안 대표는 어제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방송>(KBS)의 재원 문제는 더이상 케이비에스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다”라며 수신료 인상을 포함해 공영방송 책임성과 위상을 재정립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조만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대표의 이런 발언은 언론관련법 강행처리를 위해 직권상정이 거론되는 등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다목적 포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시청료 인상에 목을 매고 있는 한국방송에 미끼를 던져 이들 법안에 대한 언론계의 반대전선에 균열을 내는 한편, 언론관련법 통과 이후 방송장악을 위한 2단계 작전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한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나라당 미디어발전특위를 중심으로 전개돼온 공영방송법 제정 논의는 언론관련법 논란이 첨예해지면서 잠복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던 것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시청료 인상 방침을 천명함으로써 새롭게 불을 지폈고, 이병순 한국방송 사장이 그제 “하반기에는 수신료 현실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수신료 인상은 방송공사법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말 공영방송법이란 이름으로 공개된 초안은 공영방송의 경우 △전체 재원의 80%를 수신료로 충당하고 △사장 선임권을 공영방송위원회에 넘기며 △국회에 예결산심사권을 주도록 규정했다. 한나라당 쪽은 공영방송법에 대해 방송장악 기도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방송공사법으로 이름을 바꿔 달고 예산심의권은 포기할 뜻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름이 무엇이든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내용이 빠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의 돈인 시청료를 지렛대로 허울만 공영이지 정권의 뜻에 좌우되는 관영방송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이 법은 연말에 도입할 것으로 검토되는 미디어렙법과 더불어 <문화방송>을 공영의 범주에서 밀어내어 민영화를 압박하는 도구로 쓰일 공산이 크다.
방송공사법은 이명박 정권 방송장악 시나리오의 완결본이다. 언론관련법을 비롯한 일련의 방송장악 기도를 중단하지 않은 채 영국 <비비시>(BBC) 같은 공영방송을 말하는 것은 사기나 다름없다. 지금은 방송공사법이나 수신료 인상을 꺼낼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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