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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14 20:24 수정 : 2009.07.14 20:24

정부가 흉악범의 얼굴·이름·나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했다. 범죄 수법이 잔인한 강력범죄 등에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지만, 자칫 우리 사회의 인권 기준을 크게 후퇴시키고 헌법 원칙을 훼손할 수 있어 매우 걱정된다.

이런 법을 따로 만들 필요가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흉악범 신상 공개는 잇따른 연쇄살인 사건에서 피의자의 얼굴을 가린 것을 두고 반발 여론이 비등하면서 추진됐다. 그렇더라도 이를 일반적으로 적용될 법률로까지 만든 것은 지나치다. 자칫 법의 운용을 경직시키고 더한 부작용을 빚을 수도 있다. 사람들의 호기심과 보복심리에 기대려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외국에서도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등에 한해 재발 방지 차원에서 신상공개 제도를 둔 나라는 몇몇 있지만, 일반 범죄자에 대해서까지 신상을 공개하도록 한 입법례는 찾기 힘들다.

정부 법안이 ‘범죄 예방’ 효과를 내세우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는 식의 사회적 응징을 통해 흉악범죄가 줄거나 근절될 것이라는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피의자의 얼굴 공개를 처벌의 하나로 보는 발상은 더 위험하다. 법안대로라면 사회적 지탄을 받는 범죄자에 대해선 재판도 하기 전에 검찰이나 경찰이 얼굴 공개라는 사실상의 처벌을 하는 셈이 된다. 이는 헌법상의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 피의자의 인격권과 그 가족의 인권 침해도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이런 식의 신상공개는 곤란하다. 정부는 마땅히 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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