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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15 00:01 수정 : 2009.07.15 00:40

온갖 비리 의혹을 받아온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했다. 본인을 위해서나 검찰 조직을 위해서나 그나마 다행스러운 선택으로 환영한다.

천 후보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비리 의혹에만 비춰봐도 검찰 총수를 맡기에는 도덕적으로 너무 자격이 미달하는 인물이었다. 위장전입에 따른 주민등록법 위반, ‘스폰서’와의 유착 의혹, 증여세 탈루 의혹, 부인의 명품 쇼핑, 고급 승용차 리스, 석연치 않은 국외 골프 여행 등 비리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이어졌다. 이런 부적절한 처신이 드러나면서 검사들 사이에서도 그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다. 본인으로서도 이런 상황에서 검찰총장에 임명된다고 한들 제대로 지휘를 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검찰총장 후보자의 중간 낙마 소동은 청와대에 여러 가지 뼈아픈 교훈을 안겨주고 있다. 첫째는, 인사검증의 부실함이다. 천 후보자의 비리 의혹을 보면 과연 청와대 인사검증팀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천 후보자의 수상쩍은 금전 문제 등을 사전에 몰랐는지, 아니면 알았는데도 그냥 지나쳤는지, 의혹을 눈감고 지나갔다면 책임질 사람은 누구인지 등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작동이 고장난 인사검증 시스템을 확실히 고쳐놓아야 한다. 청와대가 앞으로 내각 및 청와대에 대한 대폭적인 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데, 이런 정도의 인사검증 시스템으로는 곤란하다. 정권 출범 당시부터 계속돼온 ‘부실검증-부실인사’의 고질병을 지켜보기도 이제 지쳤다. 개각에 앞서 청와대 인사검증팀부터 먼저 물갈이하는 게 오히려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둘째로,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는 검찰 개혁을 최우선적 과제로 놓고 더욱 신중히 선정해야 한다. 천 후보자의 경우 인사검증 과정에서 비리 의혹만이 집중 부각됐으나 딱히 그것이 결격사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동안 그가 수사를 지휘하면서 보여준 모습이나, 검찰 운용의 철학 등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특히 그의 지휘책임 아래 진행된 용산참사 수사, <문화방송> ‘피디수첩’ 수사 등은 편파적이고 무리한 수사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런 점에서 그의 낙마는 사필귀정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지금 검찰에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등으로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것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청와대는 검찰이 제자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인사가 누구인지를 심사숙고해 차기 총장 후보로 지명했으면 한다. 청와대의 눈치나 보고 권력 주변을 기웃거리는 ‘말 잘 듣는 검찰총장’에 대한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길 바란다.

하나 덧붙여,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천 후보자를 감싸려고 안간힘을 쓴 여당 의원들은 깊이 반성하길 권고한다. 재산이 14억원이라며 ‘청렴’하다고 치켜세우고, 6성급 호텔에서 아들 결혼식을 올린 것을 두고 ‘소탈’하다고 칭찬한 것은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아무리 여당 의원이라고 해도 상식에 어긋나는 충성 경쟁은 곤란하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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