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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외교 거짓 홍보 의심받는 이명박 정부 |
스웨덴 에릭슨의 15억달러 한국 투자 계획이 거짓으로 드러난 데 이어 지난 13일 타결됐다고 정부가 공식 발표한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도 완전히 타결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참말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혼란스럽다. 더욱이 이런 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 과정에서 터져나온 것이어서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
에릭슨이 한국에 투자하기로 했다는 정부 발표가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다. 에릭슨의 회장은 지난 12일 이 대통령을 만나 “한국에 대한 투자를 통해 한국 기업들과 함께 세계로 진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15억달러라는 숫자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에릭슨, 15억달러 한국 투자”라고 공식 발표했고, 에릭슨은 외국 언론을 통해 이를 공식 부인했다. 대통령이 비즈니스외교에 나서 ‘한 건’ 한 듯이 과대포장했다가 망신을 당한 셈이다.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발표는 더 심각하다. 이 대통령과 정부 협상관계자는 이번 유럽 순방에서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음을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스웨덴 총리는 “유럽연합 안에서 최종적으로 협정을 타결할 때는 회원국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 난제들이 있을 수 있다”고 유보적인 견해를 밝혔다. 외국 언론들도 스웨덴 총리의 “올해 안에 유럽연합이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원한다”는 발언에 더 무게를 뒀다.
27개국의 연합체인 유럽연합과의 협상이 한 나라와 하는 협상과는 기술적으로 다른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 맞게 협상 진행 과정을 정확하게 전달하면 된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는데도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마치 협상이 모두 끝난 것처럼 성급하게 발표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앞으로 유럽연합 각국의 동의가 순조롭게 진행돼 이미 발표한 내용대로 협상이 끝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최종협상안이 유럽연합 모든 나라의 동의를 받지 않았고, 조정해야 할 난제들이 남아 있다는 것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어떻게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느냐”며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고 한다. 이런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얄팍한 거짓말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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