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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와이티엔 사태를 원점으로 되돌린 구본홍씨 |
공정방송을 지키려는 <와이티엔>(YTN) 노동조합의 투쟁이 어제로 1년을 맞았다. 한 해 전 어제 와이티엔 주주총회가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30초 만에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인 구본홍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함으로써 시작된 이들의 투쟁은 정권의 방송 장악 의도를 폭로하고 공정방송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와이티엔 노조는 노종면 노조위원장이 한때 구속되고 6명의 해고자를 포함해 33명이 징계를 받는 등 갖은 핍박과 고난에 직면해야만 했다.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로 노 위원장을 포함한 4명이 재판을 받고 있고 3명은 약식기소된 상태이며, 징계 대상자들이 제기한 징계무효 소송도 진행중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낙하산 사장 구본홍씨와 구씨를 통해 와이티엔을 장악하려 한 정권 탓이 크다. 무엇보다 대통령 언론특보를 한 사람이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방송사의 사장을 할 욕심을 낸 것이 잘못이다. 언론인을 자임한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마땅했다. 그러나 그는 버티는 쪽을 택해 자신에 반대하는 직원들을 쫓아내고 고발했다.
그의 인간됨은 그제 열린 노조원들의 공판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노 위원장의 구속 이후 노사는 지난 4월 파업 종료와 상호 제기한 고소·고발의 취하에 합의했다. 그러나 검찰은 업무방해와 집단폭행 혐의로 노 위원장 등 4명을 기소했다. 현재 진행중인 이 재판에서 검찰 쪽 증인으로 출석한 구씨는, 노조원들에 대한 처벌을 희망한 것이다. 지난 4월 노사 합의의 정신은 여지없이 깨졌다. 그는 “대표이사로서의 문제와 개인의 문제는 다르다”는 어설픈 이유를 댔다.
이렇게 편협한 그의 태도야말로 와이티엔 사태 해결을 가로막아 온 근본 이유다. 노사 합의는 노조가 기존의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에서 공정방송 노력으로 방향을 선회할 뜻을 보인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면, 대표이사로서 구씨가 할 일은 그동안 대립과 갈등으로 생긴 조직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다. 상처받은 구성원을 포용하고, 그들의 공정방송 의지를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구씨는 유치한 복수심만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래서야 어떻게 와이티엔 사태가 풀릴까. 그리고 이 정권의 방송 장악 의도를 불식시킬 수 있을까. 하루빨리 해고자 복직 등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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