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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19 21:43 수정 : 2009.07.19 21:43

오늘로 용산참사 6개월째다. 한겨울이던 지난 1월20일 새벽, 서울 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의 망루가 붉은 화염에 휩싸였다. “여기 사람이 있다”는 절규에도 경찰의 폭력 진압은 계속됐고, 살아보겠다고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 5명은 싸늘한 주검이 돼 내려왔다. 그리고 반년이 흘렀지만 주검은 차가운 냉동고에 그대로 갇혀 있고, 유족들은 여전히 검은 상복을 입은 채 대통령의 사과와 용산참사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용산참사를 바라보는 이명박 정부의 인식을 보면 이 정부가 과연 민주정부인지 의문이 든다.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들을 불태워 죽인 셈인데도 정당한 공권력 행사였다는 주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공권력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권력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경찰 폭력으로 국민이 희생됐는데도 아무런 사과나 사후 조처를 하지 않는 정부를 과연 민주정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더 개탄스러운 건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반년이 됐는데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정부 행태다. 이 정부는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했을 뿐이니 사람이 몇이 죽었건, 장례를 치르건 말건 자신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태도다. 청와대·국무총리실·경찰청·서울시 모두 내 소관이 아니라며 발뺌하고 있다.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니 재개발조합과 민사적으로 해결하라는 투다. 부도덕하고 무책임할 뿐 아니라 아예 정부이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행태로 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용산참사가 국민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유족들도 농성하다 지쳐서 스스로 나가떨어질 것으로 여기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불태워 죽인 용산참사는 민주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야만이고, 결코 잊혀질 수 없는 만행이다. 날마다 오후 7시면 용산참사 현장에서 천주교 미사가 진행되고, 여기에 참여하는 시민이 점점 늘고 있다. 이런 현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정부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용산참사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시간이 지난다고 유야무야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재개발사업에 얽혀 있는 복잡한 이해관계는 차근차근 풀어가더라도 우선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희생자들의 장례는 치르게 해야 한다. 민주정부라면 해야 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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