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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권 유지법’ 본질 드러난 언론관련법 |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어제 의원총회에서 “미디어법은 이명박 정부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법”이라고 말했다. “정부를 흔드는 민주당에 맞서는 게 한나라당의 사명”이라며, 더는 밀리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방송법 등 언론관련법 통과에 정권의 명운을 건 듯한 모습이다. 정권 유지를 위해선 강행처리를 불사하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는 엊그제 김형오 국회의장의 글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김 의장은 언론관련법이 민생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조중동)의 이해가 걸린 법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미디어 선진화나 일자리 창출 따위 애초 내세운 명분 때문이 아니라, 이들 신문의 지지를 얻는 게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본 탓에 기를 쓰고 강행처리하려 한다는 얘기다.
정부·여당 수뇌부는 진작부터 상식과 염치를 잊은 듯하다. 소수 야당의 저지를 막겠다며 여당이 먼저 본회의장을 점거해 사상 초유의 ‘대치 농성’을 벌인 데 이어, 이제는 언론관련법 강행처리에 방해가 된다며 상임위조차 열지 않겠다고 한다. 국회 파행의 책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다.
한나라당은 사회적 합의는커녕 당내 논의조차 예사로 무시한다. 박근혜 전 대표의 공개적인 반대 등 당 안에 부정적 의견이 많은데도 지도부는 강행처리 방침을 굽히지 않는다. 또 직권상정을 위협하면서도 정작 법안은 내놓지도 않고 있다. 구체적인 쟁점들에 대한 당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소속 의원들까지 도대체 법안 내용이 뭐냐고 되물을 정도다. 이러니 제대로 논의가 됐을 리 없다. 야당과의 협상이나 민심 수렴은 말할 것도 없다. 단식 항의에 나선 야당 대표의 회담 제의를 청와대가 매몰차게 거부한 것도 이런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의 연장선에 있다.
민심은 이미 분명하다. 언론관련법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의견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모두 60~70% 수준이다. 이런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른다면 바로 국민의 응징을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호적 언론’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음을 우리 정치의 오랜 경험은 보여준다. 정부·여당은 지금이라도 강행처리를 포기하고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조중동의 방송 진입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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