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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22 20:41 수정 : 2009.07.22 20:41

한나라당이 어제 오후 기어이 언론관련법을 강행처리했다. 주역은 이윤성 국회부의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이었다. 경호권이 발동된 가운데 이 부의장은 김형오 국회의장을 대신해 사회를 봤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둘러싼 채, 항의하는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을 몸으로 막았다. 한마디로 ‘의회 쿠데타’였다.

한나라당의 ‘작전’은 치밀했다. 회기 막바지까지 협상을 하는 척하더니, 어제 오전 갑자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때 이미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해 점거하고 있는 상태였다. 김형오 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때맞춰 직권상정 방침을 천명했다. 사회는 이 부의장이 봤으나, 한나라당과 김 의장이 합작한 대국민 사기극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불행하게도 이번 날치기를 통해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한낱 ‘정권의 시녀’라는 사실을 스스로 만천하에 고백했다. 언론관련법은 김 의장과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인정한 것처럼, 시급한 민생법안이 아니다. 국민이 지지하는 법안도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 국민의 60%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 오로지 이명박 정권이 정권 유지 또는 재창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조중동) 방송’ ‘재벌 방송’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김 의장과 이 부의장의 ‘죄과’도 길이 남을 것이다. 김 의장은 민생입법도 시급한 법안도 아니라고 규정했으면서도 ‘더이상 협상은 무의미하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직권상정을 결정했다. 특히 김 의장은 회기가 열릴 때마다 직권상정을 함으로써 국회의장과 국회의 권능을 훼손한 ‘치욕의 국회의장’이란 딱지를 떼기 힘들 것이다. 이 부의장도 악역을 자임함으로써 종범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언론관련법 처리 과정은 단지 날치기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하자가 많다. 전자투표로 진행된 표결에서, 일부 의원들은 의장석 주위에서 자리를 한시도 떠나지 않았지만, 전광판에는 이들이 투표를 한 것으로 표시됐다. 대리투표를 하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대리투표가 이뤄졌다면, 이날 법안 처리는 불법이고 무효다. 영상 자료가 있는 만큼 국회 차원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재석의원 수가 모자라 재투표를 한 방송법도 문제가 되고 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앞으로의 정국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단식농성을 하고 있고, 민주당 의원들도 언론관련법 강행처리 전부터 의원직 총사퇴로 맞설 각오를 다져왔다.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도 민주당과 함께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정부에 대한 불만도 폭발 지경이다. 정부·여당의 언론관련법 강행처리는 정국 경색의 모든 요소를 끌어내는 ‘판도라의 상자’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의회 안에서 철저하게 무시당한 민주당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 의회 안의 투쟁이 의미를 잃은 만큼, 의회 투쟁을 강조하는 유화론보다는 원외에서 싸우자는 강경론이 득세할 것이 뻔하다. 명분도 있다. 지금의 민주당 분위기로 보아 앞으로 상당 기간 원내로 돌아오기는 힘들 것이다. 시민사회도 분노하고 있다. 언론관련법과 관련해 총파업을 하고 있는 언론노조는 당장 시민들과 연대해 이명박 정권 반대 투쟁과 국회 해산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용산참사와 쌍용자동차 사태 등 폭발성 있는 민생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부자 중심의 경제정책과 실직과 해직, 구직난에 실망한 시민들의 불만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조중동과 재벌에 방송을 안겨주려고 하다가 나라가 거덜날 위기에 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여당은 이런 상황을 스스로 택한 만큼, 이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모든 책임도 준엄하게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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