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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23 21:20 수정 : 2009.07.23 21:20

한나라당이 그제 날치기 처리한 언론관련법이 무효 논란에 휩싸였다. 법안 성립에 필요한 최소한의 절차마저 무시한 결과다. 이를 주장하는 지적은 본회의 직후에 이미 나왔지만, 지금은 이에 대한 유력한 증언과 증거가 잇따라 제기되는 형국이다. 법률 제정을 본업으로 하는 국회에서 벌어진 블랙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쟁점은 두 가지다. 우선 방송법 개정안을 재상정 절차도 밟지 않고 두 번이나 투표에 부친 것이 적법한지 여부다.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투표 종료를 선언했을 때 투표자는 145명으로 의결정족수 148명에서 3명이 모자랐다. 그러자 이 의장은 표결 불성립을 선언하고, 곧바로 재투표를 주문했다. 재투표에서 투표자 153명에 찬성 150표로 가결 요건은 채웠지만, 재상정 절차도 없이 한 회의에서 두 번 투표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은 적법하다고 우겼지만, 야당은 물론 민변을 비롯한 다수 법률전문가들도 일사부재의를 어겼다고 반박한다. 헌법재판소의 관계자조차 ‘사회자가 부결을 선포하고 의사봉을 두드리지는 않았지만, 일단 투표를 종료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부의장이 ‘표결 불성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나 그것이 ‘의사의 법적 성질’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사무처가 적법을 주장하며 선례로 제시한 약사법 개정안(2001년 7월18일) 등 4건도 오히려 이번 방송법 처리의 문제점만 강화시켜준다. 이들 사례는 모두 재상정 절차를 밟아 재투표한 경우였으며, 같은 회의에서 재투표를 한 적도 없다.

다른 것은 대리투표 등 부정행위다. 가장 확실한 부정 사례는 박상은 한나라당 의원이 강봉균 민주당 의원의 투표를 대신 한 것이다. 박 의원은 신문법 처리 도중 강 의원의 자리에서 찬성 버튼을 누르다가 항의를 받자, 찬성을 취소로 바꿔놓았다. 하지만 재석은 취소할 수 없어 강 의원은 재석으로 처리됐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도 출석하지 못했는데 재석과 기권 표시가 돼 있었다. 이 밖에 한 의원이 의석을 돌아다니며 대신 투표하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한나라당 쪽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석에서 닥치는 대로 버튼을 누르며 방해를 했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의 말을 들어보든 투표가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다.

민주당은 어제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냈다. 또 대리투표와 관련해 채증단을 꾸려 조사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에 급급해 최소한의 절차마저 유린함으로써, 입법 행위가 사법부의 심판을 받게 되는 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부정과 변칙이 이 정도라면 지금이라도 날치기 법안에 대해 무효선언을 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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