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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무차관의 무례하고 위험한 발언 |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지난 11일 한국 의원들에게 한 발언이 뒤늦게 흘러나오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외교통상부도 이미 일본 쪽에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우선 “미국이 한국을 충분히 신뢰하지 않고 있어 일본도 한국과의 (북한 관련) 정보 공유 협력에서 신중한 자세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대목이다. 일본의 최고위급 관리가 한-미 사이의 신뢰를 얘기하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다. 한-미 동맹이 조정기에 들어서면서 이런저런 말이 나오고 있으나 신뢰성이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도 제3자인 일본이 사태를 과장하면서 정보 공유 협력까지 걸고넘어지는 것은 기존의 한-미-일 공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태도다. 한-미 동맹을 손상시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6자 회담과 관련해 중국·북한과 미국·일본으로 편을 나눠 대립시킨 발언은 현실 인식에서 그릇된 것은 물론이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중국이 북한과 같은 처지라면 왜 북한에 핵 포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외교·평화적으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참가국 두루 의견을 접근시키기 위해 애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간 일본은 유독 미국 강경파보다 더 강경한 행태를 보여왔으며, 야치 차관의 발언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담을 깨겠다는 속셈이 없다면 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일본 정부는 먼저 야치 차관의 ‘망발’에 대해 공식 해명하고, 외교적 관례에 어긋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해야 한다. 만약 그의 발언이 일본 정부의 뜻을 대변한 것이라면 기존 한-일 관계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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