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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야당을 거리로 내모는 건 여당이다 |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와 천정배 의원이 어제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로써 민주당의 의원직 사퇴자는 최문순 의원을 포함해 모두 셋이 됐다. 나머지 의원들도 모두 사퇴서를 써서 정 대표에게 맡겼다고 한다. 민주당은 오늘 서울역 광장 집회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원외집회를 여는 ‘100일 대장정’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 날치기 통과가 결국 정치권을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극단으로 치닫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한나라당 책임이다. 국민 대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수의 위력을 앞세워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켰을 때부터 이미 정국의 파국은 예고된 것이었다. 민주주의가 유린당하고 야당의 존재가 정면으로 부인되는 상황에서 여당에 고분고분 협조해주는 야당이 있다면 그런 정당은 이미 야당도 아니다.
한나라당은 야당 의원들이 오죽했으면 의원직 사퇴서까지 쓰게 됐는지 그 심정을 헤아려 보는 시늉이라도 해야 옳다. 그것이 국회에서 한솥밥을 먹어온 동료로서 최소한의 정리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야당의 본분을 망각하고 정치파업을 하고 있다”(안상수 대표)는 등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해 비판하기 바쁘다. 한마디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은 민생법안 처리 등을 명분으로 야당을 압박하면서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어제 국회 폭력방지 대책 등을 마련하기 위한 ‘정치문화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제안까지 내놓았다. 한마디로 본질을 호도하는 꼼수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날치기로 통과시킨 언론관련법들의 무효를 선언하고 원점에서 새로 시작하는 일이다. 그것이 정 어렵다면 재투표·대리투표 의혹에 대한 국회 차원의 공동조사에라도 착수해야 한다. 당면 현안도 제대로 매듭짓지 않으면서 정치문화 개선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민주당 역시 새롭게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애초 공언했던 의원직 총사퇴 계획은 결과적으로 말만 앞서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언론관련법 국회 통과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허술한 틈을 보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민주당은 이런 비판을 거울삼아 앞으로 더욱 분발하기 바란다. 국민의 진정한 바람이 무엇인지를 항상 돌아보면서 구체적 대안과 힘을 갖춘 야당의 진정한 면모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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