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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체 드러나는 박연차 게이트 표적수사 |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그제 열린 박진 한나라당 의원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의원 말고도 돈을 준 의원이 더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박 의원이 있다고도 했고, 자신의 측근인 정승영 전 정산개발 사장을 통해 더 많은 의원들에게 차명으로 돈을 보냈다고 했다. 정 전 사장 자신도 여야 의원 10여명에게 총 1억8000만원을 줬다고 증언했다. 그는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 공판 때 후원금을 건넨 한나라당 의원 2명의 실명을 확인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에서 한국식당을 운영하며 박 전 회장의 지시로 정치인들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ㄱ씨는 서갑원 의원의 공판에서, 돈을 준 사람이 10여명 된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박 전 회장한테서 검은돈을 받고도 기소를 면한 정치인이 부지기수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중엔 한나라당 의원이 최소 2명 이상 포함돼 있다. 검찰이 지난달 종결처리한 ‘박연차 게이트’ 수사 결과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현역 의원 5명을 포함해 모두 7명의 정치인을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을 불러온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는 애초부터 특정인을 겨냥한 보복성 표적수사라는 의혹을 샀다. 공판 과정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는 주요 관련자들의 증언은 이런 의혹이 허튼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재판 과정에서 나온 증언은, 위축된 심리상태와 압박감 속에서 이뤄지는 검찰에서의 진술보다 신뢰성이 높다.
검찰은 새로운 증언이 잇따르는 것이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지체 없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그래야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우선 이런 증언들이 수사 과정에서 나온 내용인지 아니면 새로운 것인지 밝혀야 한다. 나왔는데도 무시했다면 그 이유를 명백히 해야 한다. 그동안 검찰은 박 전 회장 등이 그런 진술을 했어도 증거가 나오지 않는 경우 기소할 수 없었고, 입증된 정치인은 모두 기소했다며 얼버무렸을 뿐이다. 이해하기 어렵다.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부인, 아들, 딸, 사위, 친구까지 샅샅이 뒤지던 검찰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이러니 박연차 게이트가 ‘정치검찰’에 의한 ‘정치수사’였다는 말이 더욱 힘을 얻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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