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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은 날치기 언론관련법이 무효라는데 |
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 날치기 강행처리가 예상보다 훨씬 강한 후폭풍을 맞고 있다. 한나라당의 가장 중요한 정치 파트너인 제1야당 민주당은 의회를 떠나 원외투쟁에 들어갔다. 의원직 총사퇴까지 불사하겠다는 민주당의 태도로 볼 때, 상당 기간 의회정치의 복원은 어려울 것이다. 언론·시민단체들의 정권 불복종 움직임도 거세다. 언론악법 폐기에 그치지 않고 정권퇴진운동을 벌이겠다는 각오다. 정치는 파탄 났고, 사회 갈등은 더 증폭되고 있다. 이 모두가 정부와 한나라당이 자초한 것이다. 시급한 민생 현안도 아니고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법을 정권 보위 차원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인 데 따른 후과다.
<한겨레>가 언론관련법 날치기 처리 뒤인 지난 2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언론관련법이 절차와 내용에서 두루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해준다. 우선 법안 처리와 관련해 응답자의 71%가 반대했다. 찬성은 그 3분의 1이 안 되는 21.6%에 그쳤다. 법안 처리가 무효라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사람도 61.5%나 됐다. 국민 대다수가 재투표와 대리투표로 처리된 언론관련법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법안 내용에도 국민의 66.8%가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5월30일 조사 때의 61.4%보다 5%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찬성은 지난번의 25.3%와 비슷한 26.5%로 집계됐다. 정부·여당에 대한 신뢰가 법안 강행처리 이후 더욱 떨어졌다는 얘기다. 이런 흐름은 언론관련법 처리의 의도를 바라보는 국민의 엄중한 눈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절반 이상이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방송환경을 조성’(36.2%)하고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조중동)의 방송산업 진출’(19.1%)을 돕기 위한 것으로 봤다.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미디어산업 육성과 방송 3사의 공중파 독과점 해소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언론관련법의 절차와 내용에 대한 반대가 나이·직업·지역에 관계없이 골고루 나타난 점이다. 특히 한나라당 지지도가 높은 영남지역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나라당은 원외로 나간 민주당을 비난하며, 민생 살리기와 민생법안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국회가 열렸을 땐 민생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언론관련법 강행처리에만 매달리더니, 야당을 밖으로 내몰고 난 뒤에야 민생 타령을 하는 모습은 위선일 뿐이다. 부자 중심의 경제정책과 밀어붙이기 국정운영으로 민생을 거덜낸 세력의 적반하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민생을 말하기 전에, 법안 처리 과정의 하자가 이미 드러난데다 대다수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재확인된 언론관련법을 포기하는 게 순리다. 절대다수 국민이 바라지 않는 법을 밀어붙일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강행처리된 방송법에 근거한 시행령 개정 작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에서 모법의 성립 여부를 놓고 다툼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시행령을 만들겠다니 안하무인의 모습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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