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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파적’ 민주평통, 존재 이유 있나 |
대통령 자문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최근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을 폄훼하고 남북 경협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연결짓는 교육용 책자를 내놨다고 한다. ‘통일에 관한 범국민적 합의 조성’과 ‘초당적·범국민적 차원의 통일정책 수립·추진’이라는 설립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파적 행태다.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바로알기>라는 제목의 이 책자는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까지 김대중·노무현 정부 대북정책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데 치중했다. 두 정부에서 북한으로 간 돈이 대부분 상업적 교역과 민간경협에 따른 것임에도 국민 세금인 것처럼 묘사하거나, 아무런 근거 없이 이 돈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들어갔다고 단정한 것이 대표적 보기다. 일부 보수세력의 의도적 정치선동을 헌법기관이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꼴이다.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실패를 호도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민주평통은 이전에도 정치적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 단체의 김대식 사무처장은 통일 문제와 무관한 정파적 발언을 일삼아왔다. 그가 지난달 초 전국대학교학생처장협의회 세미나에서 “현재 대한민국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적 반전의 기폭제로 삼으려는 세력들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 그런 사례다. 민주평통이 ‘글로벌 한민족네트워크’의 중심을 자처하며 해외지부를 두배 이상 늘리려는 것도 2012년 대선을 겨냥해 여당 후보 지지 분위기를 미리 만드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김 사무처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함께 이명박 후보 지지 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이끈 사람이다. 이기택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또한 이 대통령의 대학교 동문에다 같은 지역 출신이다.
나라 안팎에 1만6000여명의 자문위원을 두고 연간 200억원에 가까운 국민 세금을 쓰는 기관이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민주평통이 왜 있어야 하는지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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