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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27 22:05 수정 : 2009.07.27 22:05

방학은 학생들의 건강한 심신을 위해 주어지는 긴 휴가다. 학생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새로운 경험을 쌓아 자신의 삶을 살찌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그러나 우리의 중·고등학생은 물론 일부 초등학생들까지 방학은 그림의 떡이 되어가고 있다. 학교가 보충학습을 강제하는 탓이다.

물론 이전에도 방학중 보충학습을 개설하는 학교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여름방학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던 이전과 큰 차이가 있다. 지난해 일제고사 성적이 낮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학교들이 보충학습을 사실상 반강제로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호 교육부 차관이 입안한 이명박식 교육정책이 얼마나 자신의 공약과 상반되는 결과를 빚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 차관은 ‘학교만족 2배, 사교육 절반’이란 구호 아래 ‘학생이 즐거운 학교’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학교를 자유롭게 하면 학교가 학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학교간·지역간 학력 격차를 공개하면 학교가 뒤처진 아이들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니 학생들이 즐거워질 것이란 주장이었다. 이런 주장에서 나온 것이 학교 다양화 정책이고, 일제고사 성적 공개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기는커녕 훨씬 더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 아이들은 학력 격차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하는 학교장들을 위해 방학마저 보충학습에 빼앗겨야 한다. 학교 다양화란 이름으로 고등학교 서열화에 박차를 가하니 사교육을 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렇게 학과 공부에 매이다 보니 체력은 물론 학습 흥미도가 낮아지는 것은 피할 길 없다. 국제학력평가(피사)나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비교연구’ 등이 우리나라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는 상위권이지만 학업 흥미도는 최하위권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은 게 단적인 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갈수록 골병들고 한국 교육의 미래는 갈수록 암담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려면 맹목적인 경쟁을 강요하는 현재의 교육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 당장 모든 학교, 모든 아이들을 일렬로 줄세우는 일제고사 성적 공개와 고교 서열화, 학교의 입시학원화를 중단해야 한다. 뒤처진 아이를 끌어올리는 길은 경쟁 강화가 아닌 지원 강화다. 교육의 연장인 방학마저 학과 수업에 빼앗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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