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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30 21:36 수정 : 2009.07.30 21:36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결국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의장국 도전을 포기했다. 인권위는 어제 상임위원회에서 다음달 3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국가인권기구 포럼(APF)에 아이시시 아시아·태평양 지역 의장 후보를 내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아이시시 아·태 의장은 내년 3월 총회에서 아이시시 의장이 되도록 예정돼 있었고, 한국이 1순위 후보였다.

인권위가 이렇게 따논 당상이나 마찬가지였던 아이시시 의장 자리를 포기하게 만든 책임은 전적으로 이명박 정권에 있다. 이 정권은 집권 이후 반인권적 정책으로 일관해 인권옹호국이란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해왔다. 촛불시위 강경진압, 미네르바와 언론인 구속 사태, 용산참사 등 이 정권 등장 이래 우리 사회가 겪은 인권 퇴행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정권은 이것도 모자라 인권감시 기구인 인권위를 약화시키려 갖은 노력을 다 했다. 독립기구인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려고 했고, 그 기도가 실패하자 조직개편이란 이름으로 전체 인원의 20% 이상을 감축해 버렸다.

압권은 스스로도 인권 쪽엔 문외한이라고 자인하는 현병철씨를 인권위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사실 현 위원장이 지명되는 순간 아이시시 의장 자리는 물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잖아도 아이시시는 인권위 축소와 한국의 인권상황 후퇴가 아이시시 의장국 수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상태였다. 여기에 더해 국내 인권단체들마저 그의 아·태 의장 수임에 반대하는 서한을 아이시시에 보냈다. 인권에 대한 경험도 없고 인권단체들로부터 배척받는 현 위원장이 아·태 의장 후보에 나섰다간 낙선의 고배를 맛볼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위가 짜낸 것이 대리 후보를 내세우는 방안이었다. 국제사회에 전례가 없는 이런 편법까지 동원해서 의장국에 도전하고자 했던 것은 의장국 수임을 통해서라도 이명박 정권 아래서 약화된 인권위의 위상을 회복하고 인권 퇴행을 저지해 보겠다는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이런 몸부림도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이제 우리 인권위의 국내외적 위상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인권을 무시함으로써 아이시시 의장국으로서 국가의 품격을 높일 기회를 스스로 박찬 정권 탓에 인권 분야에서 쌓아온 우리의 국제적 성가는 물거품이 됐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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