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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국선언 교사 중징계, 당장 철회해야 |
교육과학기술부가 ‘민주주의 수호 교사선언’(2차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간부 89명을 중징계하기로 결정했다. 교과부는 어제 열린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1차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에 반발해 2차 선언을 주도한 이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한 단계씩 높여,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은 파면하고 시도지부장 등 21명은 해임하기로 했다. 또 나머지 전교조 본부 전임자 67명은 정직에 처하고 징계 대상자 전원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교과부의 이런 처분이 부당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교과부는 1차 선언 교사 징계 때와 마찬가지로 성실·복종·품위유지 의무와 집단행위 금지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조항과 교원노조법상 정치활동 금지 조항을 징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물론 교과부 내부의 법률 검토에서도 시국선언은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 징계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교과부가 징계 수위를 더 높이는 강수를 둔 것은 이참에 무리를 해서라도 전교조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겠다는 정권 차원의 움직임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 이래 전교조를 압박하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정권이 추구하는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에 반대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일제고사 거부운동 교사들을 징계하고, 시도 교육위원회에 전교조와의 단체협상을 해지하도록 한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전교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교사 시국선언 관련 문건과 컴퓨터 서버는 물론, 압수수색 대상도 아닌 개인수첩까지 모두 거둬 갔다.
시국선언 교사 징계와 전교조 사무실 압수수색 등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합법 조직을 핍박하고 온갖 공권력을 동원해 겁박하는 것을 보면 도저히 민주정부라고 할 수가 없다. 오죽하면 지난달 말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의 사무총장이 전교조에 대한 탄압 중지를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냈겠는가. 그의 지적처럼 “노조와 노조 지도자들에게 보장된 표현의 자유는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에 대한 비판”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터무니없는 논리로 견강부회하지 말고 교사들에 대한 모든 징계를 철회하기 바란다. 기본적 인권까지 무시하는 나라라는 국제적 망신을 자초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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