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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31 19:27 수정 : 2009.07.31 19:27

대학 학자금을 졸업 뒤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될 때부터 갚아 나가도록 한 정부의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는 현재의 등록금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주는 제도로 평가된다. 그동안에는 상환기간이 되면 소득이 있건 없건 무조건 대출금을 갚아야 해 저소득층의 부담이 컸고 신용불량자도 적잖이 나왔으나, 앞으로는 이런 폐단이 많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전향적인 조처는 환영할 만하지만, 새 제도 시행을 앞두고 우려되는 대목이 있다. 먼저 재원조달 문제다. 새 학자금 대출제도의 성공 여부는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단지 정부 보증으로 한국장학재단에서 채권을 발행해 대출금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큰 얼개만 제시됐을 뿐이다. 관련 부처들이 심도 있게 협의를 한 흔적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친서민 정책’에 발맞춰 너무 서둘러 발표한 게 아니냐는 느낌이 든다.

등록금 대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학자금을 융자받은 젊은이들이 졸업 뒤 지게 될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는 일이다. 가뜩이나 경제 상황도 어려운데 이들이 평생 빚을 갚느라 허덕이는 처지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대출 이자율을 대폭 인하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전망으로는 이자율이 연 5% 후반 정도에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오스트레일리아나 네덜란드 등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는 애초 ‘반값 대학등록금’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어느새 이 정책은 실종돼 버렸다. 이번 학자금 대출제도 개선안은 반값 등록금 공약을 공식적으로 폐기하고 ‘꿩 대신 닭’을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조처로 대학 등록금은 오히려 더욱 치솟을 우려마저 있다. 학생들이 등록금 걱정을 하지 않게 되면 대학은 도덕적으로 해이해져 마음 놓고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제도에서는 등록금이 인상되면 국가 재정 운용에도 큰 압박요인이 된다. 최소한 ‘등록금 상한제’ 등을 도입해 적정한 선을 그어줄 필요가 있다. 등록금 인하와 교육재정 확충 등의 근본적인 대책 없이 학자금 대출제도에만 기댈 경우 또다른 문제에 부닥칠 수 있음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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