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사람이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건가 |
쌍용차 평택공장의 노조 농성 현장은 지금 극한상황이다. 경찰과 회사 쪽은 지난달 물과 음식물, 가스 공급을 중단한 데 이어, 노사 협상이 결렬된 직후인 그제 전기까지 끊었다. 칠흑같이 캄캄한 공장에선 이제 기본적인 생활조차 하기 힘들어졌다. 굶어 죽지 않으려면 항복하라는 식이다. 노동자들을 적으로 여기지 않는 다음에야 이런 잔인한 짓을 이렇게 태연하게 할 순 없을 것이다.
비인간적 행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경찰은 어제부터 다시 헬리콥터를 동원해 농성장인 도장공장 옥상에 최루액을 뿌리기 시작했다. 최루액에 든 디클로로메탄은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과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이 모두 인체 발암 추정물질로 지정한 유해물질이다. 경찰은 “인체에는 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발암성연구소가 발암물질 분류 5단계 가운데 셋째로 높은 등급으로 분류할 정도이니 당연히 인체에 유해하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농성중인 노동자들은 단수 조처 탓에 최루액이 묻어도 씻어낼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런 유해물질을 노동자들을 향해 뿌리고 있으니, 노동자들이야 죽든 병들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잖아도 농성 현장인 도장공장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비상시 대피할 문이나 창문도 별로 없고, 미로처럼 얽힌 내부 통로 주변에는 시너 등 인화물질이 20만ℓ 이상 쌓여 있다고 한다. 이런 마당에 수도에 이어 전기까지 끊겼으니, 공장 내 소방시설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됐다. 경찰 진입이나 화재 발생 때 노동자들이 캄캄한 공장을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자칫 대형 참사로 번질 위험이 크다. 경기도 소방안전본부가 급수 재개를 요청하고 회사 쪽의 소방법 위반을 경고한 것도 이런 사정을 걱정한 탓이겠다.
그런데도 회사 쪽은 처벌을 감수하겠다며 버티고, 경찰은 금방이라도 경찰력을 투입할 태세다. 그로 인해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몰아붙이고 있다. 지난 1월의 용산참사가 바로 그렇게 벌어졌다. 그 책임이 말로만 끝나진 않을 것이다. 사람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게 아니라면 경찰이나 회사는 강제진압 따위를 입에 올리지도 말아야 한다.
지금 벌어지는 인권유린만으로도 민주국가라기엔 부끄러운 일이다. 더 큰 잘못을 저지르려 하지 말고 끝까지 대화를 통한 해결에 집중하기 바란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