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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쌍용차 노조,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결단을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점거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경찰의 본격적인 강제진압이 어제 시작됐다. 전쟁터가 따로 없을 정도로 공장 곳곳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르고 화염병과 최루액이 난무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공장 밖에서는 평화적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야당과 종교·시민단체 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마지막 순간까지 노사가 대화의 끈을 놓지 말고 대타협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바란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노·사·정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특히 중재자로서의 임무를 포기한 채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는데도 뒷짐만 지고 있었던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은 길이 기억될 것이다.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때 사전에 적절히 개입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으니, 이명박 정부는 정부이기를 포기했다. 농성노동자의 60% 정리해고를 끝까지 고집하면서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회사의 책임도 적잖다.
이제 농성노동자들은 막다른 구석에 몰렸다. 노동자들이 점거 농성중인 도장공장에는 음식물 반입이 차단된 지 이미 20일이 됐고, 물과 가스·전기도 모두 끊겼다. 경찰은 계속해서 파업노동자들 머리 위로 최루액을 쏟아붓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경찰은 결국 막강한 화력을 동원해 강제진압을 밀어붙일 것이고, 결과적으로 노사 모두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다. 특히 노동자들이 경찰에 의해 강제해산되면, 노조는 별 실익도 얻지 못하고 쌍용차 사태의 책임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높다. 이런 최악의 상황으로 가기 전에 노조가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정리해고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우선 회사를 떠나더라도 재취업 약속이 지켜질 수 있다면 일정 수준의 정리해고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노동운동의 큰 흐름에서 볼 때 무엇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정부와 회사 쪽도 노조의 퇴로를 완전히 차단하지 말아야 한다. 노조를 구석에 몰아넣고 경찰력을 동원해 강제진압하면 양쪽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더욱이 그 과정에서 불상사라도 일어나면 이명박 정부는 정권이 끝날 때까지 ‘살인정권’이라는 멍에를 벗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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