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8.06 22:32
수정 : 2009.08.06 22:32
사설
서울시가 총연장 149㎞에 이르는 지하도로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지하 40~60m에 왕복 4차로의 지하차도 6개 축을 건설해 서울 전역을 30분대에 이동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경기도의 대심도 급행열차 구상과 비슷하다.
발상은 새롭지만 무리한 계획이란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운전자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교통량 증대나 사고로 도로가 정체할 경우 매연으로 인한 호흡곤란 등이 예상된다. 화재가 나면 초대형 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 서울시는 진입 차량을 통제하고 철저한 환기 시스템을 갖추며 250m마다 비상대피시설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안전을 담보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산간지역 터널 정도로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서울 진입 차들이 도심에서 지상으로 나올 수 없도록 지하주차장을 건설한다는 것도 실효성이 의문스럽다. 어차피 도착지까지 자동차로 이동할 수 없을 바에야 처음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왜 승용차를 끌고 나오겠는가. 또 수만대 규모의 초대형 지하주차장을 만들 공간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사업비도 만만치 않다. 4대강 살리기 사업비(22조2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11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발표할 일이 아니다.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친 뒤 결정해야 한다. 특히 내년 상반기엔 지방선거가 있다. 시장이 바뀌면 백지화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선거를 겨냥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청사진을 서둘러 발표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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