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8.07 21:57
수정 : 2009.08.07 21:57
사설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그제 발의됐다. 김 지사는 광역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임기 중 주민들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됐다. 표면상의 이유는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찬반 대립이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김 지사의 일방적인 도정 운영에 대한 반발이 깊숙이 깔려 있다. 유권자 41만여명 가운데 5만명 이상이 소환청구에 서명했다는 것만으로도 민심 이반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실제로 해군기지 결정 과정을 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07년 초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이 갑자기 유치 신청을 하고 도가 이를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은 몇몇 사람에 의한 밀실거래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유치 신청 뒤 열린 마을총회는 압도적인 차이로 이를 부결시켰고 유치 신청을 한 마을회장은 해임됐다. 유치 신청 자체가 무효화되는 상황이었다. 제주도는 지난 4월 국방부, 국토해양부와 해군기지 건설에 관한 기본협약서를 일방적으로 체결함으로써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심지어 도의회까지 기본협약서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면 어딘가에는 세워야 한다. 강정마을 주민이나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화 없는 일방통행식 의사결정 과정이다. 국책사업이란 명분으로 사업을 밀어붙인 김 지사 자신이 문제였던 것이다.
해군기지만이 아니다. 김 지사는 여론조사 결과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 폐기된 영리병원 설립을 변칙적으로 계속 추진하고 있으며, 내국인 카지노와 한라산 케이블카 건설 등에서도 주민들과 여러차례 갈등을 빚었다. 그동안 쌓인 주민들의 불만이 소환투표로 불거진 셈이다. 도지사가 소신 없이 주민 여론만 좇으라는 것은 아니다. 자기 나름의 비전과 전략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가 심하면 그만큼 설득을 위해 노력하고, 필요하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오는 26일 치를 소환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투표는 결과와 상관없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발판이 돼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제는 단체장을 선거로 뽑는 것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정책 추진 과정에서 끊임없이 주민과 호흡하고 소통하면서 수정·보완돼야 한다는 진리를 되새기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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