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8.07 21:58
수정 : 2009.08.07 21:58
사설
경찰은 쌍용자동차 파업노동자 가운데 96명을 연행해 조사중이다. 일단 이들 전원을 구속수사 대상으로 보고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불공정한 법집행일 뿐 아니라 쌍용차의 회생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정부도 이미 노동자들이 자진 해산할 경우 선처하겠다고 밝힌 만큼 연행자 중 형사처벌 대상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우선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이런 식의 대규모 형사처벌은 온당치 않다.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장기 파업을 벌이게 된 근본 원인은 정리해고였다. 경영 부실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모두 떠넘기는 정리해고에 맞서 노동자들이 저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파업농성을 불법이라고 몰아붙이며 노조 집행부 등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려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경찰과 회사 쪽의 충돌 과정에서 이뤄진 폭력행위에 대한 처벌도 전후 상황을 고려해 처벌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폭력행위 자체를 옹호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폭력은 공세적이라기보다는 방어적이고 수세적인 측면이 강했다. 파업을 강압적인 방법으로 진압하려는 경찰과 회사 쪽 직원들에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노동자들의 폭력행위만 따로 떼어내 엄벌하겠다는 것은 합당한 처사가 아니다.
폭력을 휘두른 회사 쪽 용역들은 놔둔 채 파업노동자만 엄히 처벌하겠다는 것도 형평에 어긋난다. 이번 쌍용차 사태에서 회사 쪽 용역과 직원들이 저지른 폭력은 셀 수 없이 많다. 이들은 파업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모인 시민단체 사람들에게까지 폭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경찰은 이런 회사 쪽 폭력에 대해서는 처벌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파업노동자들의 폭력행위만 부각시키는 것은 공정한 법집행이라고 보기 어렵다.
쌍용차는 이제 겨우 회생을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다. 노사가 힘을 합쳐 전력을 다해도 쌍용차의 앞날이 어찌될지 모르는 아주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노조원들이 대거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노사 갈등이 재연돼 회사 회생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형사상 책임을 최대한 선처하도록 노력하기로 한 노사 합의 정신을 존중해 불가피하게 형사처벌을 할 경우에도 그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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