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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07 22:00 수정 : 2009.08.07 22:00

사설

국회 사무처가 엊그제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언론관련법 날치기 처리 당시의 국회 본회의 속기록에 핵심 내용이 송두리째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빠진 내용은 대부분 한나라당에 불리한 내용들이다. 한나라당 출신 이윤성 부의장이 방송법에 대한 투표 종료를 선언한 직후 의결정족수 미달로 표시된 전광판의 표결 상황, 야당 의원들이 부결을 외치며 환호하는 모습, 이 부의장이 방망이를 칠까 말까 망설이는 장면, 투표를 다시 하라며 재투표를 재촉하는 소리 등이 모두 누락됐다. 대신 좀 기다려야 한다거나 종료하면 안 된다는 따위 한나라당 의원들의 아우성만 꼼꼼히 기록돼 있다. 원래 속기록은 발언은 물론 웃음이나 소란 따위 현장 분위기까지 빠짐없이 담도록 돼 있다. 더구나 당시 상황은 이미 여러 방송의 취재 카메라를 통해 국민에게 생생히 전해졌다. 그런데도 이렇게 사실을 멋대로 짜맞추고 왜곡한 것이다.

이런 짓을 저지른 이유는 자명하다. 속기록에서 삭제·누락된 대목은 헌재가 날치기 처리의 무효 또는 부결 여부를 심리하는 데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국회 사무처가 일부러 이를 뺐다면 날치기 처리에 일사부재의 원칙 위배 따위 흠이 없다고 강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증거 조작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그렇잖아도 국회 사무처는 요즘 여러 차례 대놓고 한나라당을 편들었다. 한나라당 출신인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은 날치기 처리 당시 국회 폐쇄회로텔레비전 영상자료를 보여달라는 민주당의 요구를 개인정보 보호라는 엉뚱한 이유를 대며 거부했다. 여야 사이에서 공정과 중립을 지켜야 할 책임이나 국회법 취지는 물론, 그런 요구가 정당한 것이라는 국회 입법조사처 견해까지 무시한 것이다. 헌재가 민주당의 증거보전 신청을 받아들인 뒤에도 민주당에는 관련 영상자료를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속기록에 핵심 내용이 누락됐다는 민주당 지적에도 며칠째 못 들은 척 버티더니 그대로 헌재에 증거보전 자료로 제출했다. 날치기 처리를 합법화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헌재는 이런 사정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 언론관련법 중에서도 방송법은 위법적인 재투표나 대리투표 등으로 처리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영상자료로 충분히 드러났다. 조작된 자료로 현혹하려는 시도는 마땅히 배척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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