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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10 20:13 수정 : 2009.08.10 20:13

은행과 증권사 등이 투자자들에게 펀드를 팔아 챙긴 판매보수가 3년 동안 4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중에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챙긴 수입만 1조6700여억원이다. 지난해 은행, 증권사 순이익이 10조원에 육박하니 이 가운데 16.7%를 판매보수로 챙긴 셈이다.

문제는 판매보수가 아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거저 챙기는 돈이라는 데 있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은행이나 증권사가 펀드를 팔 때 총금액의 0.95%를 판매수수료로 받지만 이와 별도로 해마다 1.31%의 판매보수를 가져간다. 실제 펀드를 주식으로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연 0.67%의 운용보수를 받는 것과 비교할 때 두 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판매수수료는 상담을 통해 투자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각종 상품을 소개하는 서비스의 대가다. 운용보수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각종 정보를 분석하고 주식 등을 매매한 대가로 받는 돈이다. 그러나 판매보수는 무슨 일을 해주고 받는 돈인지 알 길이 없다. 금액 또한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엄청난 규모다.

금융회사들은 ‘계좌관리 서비스를 한다’는 옹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이 투자자들을 위해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기껏해야 시장정보가 담긴 이메일을 보내주는 정도다. 많은 투자자는 이런 판매보수가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른다.

이는 자산운용사들이 막강한 영업망을 가진 은행 등에 펀드 판매를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주는 운용사가 부리고 돈은 대형 은행과 증권사들이 버는 격이다. 특히 대형 은행들은 지난 3년 동안 가만히 앉아서 수천억원씩을 벌어들였다. 모두 투자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정부 당국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말로는 펀드 수수료를 내리겠다고 하지만 결과는 항상 신통치 않았다. 금융회사의 로비나 압력에 밀려 슬그머니 발을 뺀 탓이다. 현 정부는 출범 초부터 신용카드 수수료, 통신요금, 고속도로 통행료 등 국민생활에 부담을 주는 각종 요금을 내리겠다고 외쳐왔다. 하지만 가장 불합리한 펀드 수수료 체계는 전혀 손대지 않고 있다. 이번 기회에 은행 등 판매사만 배불리는 현행 펀드 수수료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 대형 금융사라고 해서 영업망만 믿고 앉아서 수입을 챙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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