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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첨단의료단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으려면 |
정부가 의료산업 육성을 위한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대구 신서혁신도시와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조성하기로 했다. 의약품·의료기기를 중심으로 각종 인프라가 완비된 의료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취지는 좋지만 청사진이 지나치게 장밋빛으로 꾸며진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자동차복합단지를 만든다고 우리가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복합단지도 마찬가지다. 단지 조성은 각종 인프라를 한데 모아 의료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의미로 보는 게 정확하다. 30년 안에 첨단 신약 16개, 첨단 의료기기 18개를 개발하겠다는 식의 발표는 계획의 신뢰성만 떨어뜨리는 일이다.
정부는 올해 들어 예산절감을 이유로 국책 연구소들의 기존 프로젝트들을 중단하거나 자금 지원을 크게 줄이고 있다. 생명공학 분야만 해도 그렇다. 한쪽에선 5조6000억원을 들여 의료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유전체 연구 등 의료·바이오 산업의 기초가 되는 분야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은 대폭 삭감하는 상황이다. 기존 프로젝트가 중단될 경우 그동안의 연구 성과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지원된 예산도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다. 의료·바이오 관련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 등 세심한 배려 없이 돈을 쏟아부어 의료단지를 만들면 의료산업 선진국이 될 것이란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
첨단의료단지를 두 곳 선정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첨단의료단지를 하나 세우는 데 5조6000억원의 예산이 잡혀 있다. 세계적인 단지로 육성하려면 조성 이후 본격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질 때 훨씬 더 많은 돈이 지원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단지를 두 개나 만들겠다고 한다. 더구나 애초 계획에 없다가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라기보다 나눠먹기식 지역개발 또는 선심성 지역사업이란 인상을 강하게 풍기는 대목이다.
첨단의료단지가 애초 목표를 달성하려면 거창한 포장보다는 알차고 현실성 있는 계획을 갖고 출발해야 한다. 무엇보다 과잉·중복투자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단지 조성 이후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더불어 관련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 없이 첨단 의료산업을 꿈꾸는 것만큼 허황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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