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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12 20:13 수정 : 2009.08.12 20:13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현역 대위가 정당·시민단체의 쌍용차 관련 집회 장면을 몰래 촬영하다 발각됐다. 이 장교가 지니고 있던 업무용 수첩에는 민주노동당 관계자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며칠씩 몰래 따라다니며 기록한 듯한 날짜별·시간대별 미행 기록까지 들어 있다. 군 관련 수사에 머물러야 할 기무사가 민간인 사찰에 나섰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기무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장병을 조사중이었으며, 민간인 조사도 군 관련 범죄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무지 믿기 힘든 변명이다. 기무사 장교의 업무수첩에는 군인 대신 민간인 감시 기록만 잔뜩 들어 있다. 이 장교가 지니고 있던 비디오 촬영 테이프와 사진에 생활하는 모습이 낱낱이 찍힌 이는 주변에 군 근무자나 군과 상관될 일이 전혀 없다는 40대 중반의 정당 당직자였다. 이런 이들을 감시하려 기무사는 요원 여럿과 차량, 감시장비, 감시용 아파트 등을 동원하려 했다. 나중에 어떤 사건을 억지로라도 내놓으려 할지 모르겠지만, 기무사가 본격적으로 정당과 시민단체 사찰에 나선 것만은 부인하기 힘들어졌다.

이런 일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점에 더 소름 끼친다. 그리 중요한 직위에 있지도 않은 군소 정당의 당직자까지 감시해 왔다면 실제 기무사의 감시를 받는 민간인은 더 많을 수 있다. 그런 의심이 괜한 것도 아니다.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령부는 1990년 당시 김대중·김영삼·김수환·노무현 등 정계·종교계·학계·노동계 인사 1300여명의 동향을 감시해 기록으로 남기고 있었다. 이런 사실이 윤석양 이병의 양심선언으로 드러나기 훨씬 전부터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윤 이병의 폭로 이후 중단된 군 수사기관의 민간인 사찰이 이명박 정부 들어 십수년 만에 되살아났다면, 지금 얼마나 많은 이들이 기무사의 감시대상인지도 마땅히 규명돼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대면보고를, 폐지된 지 5년 만에 부활했다. 기무사 수뇌부도 자신이 믿을 만한 사람들로 바꿨다. 그런 뒤 기무사에선 무리한 공안수사가 이어졌다. 이번에 기무사가 대놓고 민간인 사찰에 나선 것 역시 힘을 실어준 대통령을 믿어서였을 것이다. ‘5공 보안사’의 망령을 지금 와서 되살린 책임을 이 대통령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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