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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대강 예산편중 논란, 여당 입막기로 해결될까 |
4대강 정비사업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예산 문제가 한나라당 안에서까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권 지도부가 나서서, 예산 편중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당내 목소리에 대한 입막음을 시도할 정도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엊그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사업이고 사업의 성공 여부가 정권 재창출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공개적인 비판보다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여당과 정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4대강 정비사업이 여권 안에서도 건드리기 힘든 ‘성역’임은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명색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을 윽박질러 입을 틀어막으려는 모습은 보기 민망하다. 국회의원을 국민이 선출한 민의의 대표자로 생각하지 않고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졸개쯤으로 여기는 태도다.
4대강 정비사업이 예산의 ‘블랙홀’인 것은 여러 가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2012년까지 무려 22조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기로 하다 보니 복지와 교육 관련 예산은 물론이고 항만·철도·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 사업비도 대폭 축소되고 있다. 야당의 추산에 따르면, 내년도에 교육예산은 3조5000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 관련 예산은 7조2000억원이나 줄어든다. 도로건설 예산도 전년보다 50% 가까운 3조원이 삭감될 형편이라고 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이라고 해서 예산 삭감의 심각성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지 않을 리 없다. 지역구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사업들이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하다 보니 자연스레 아우성이 나오는 것이다.
4대강 정비사업의 예산 편중 문제는 단순히 내부 함구령이나 대국민 홍보 강화 등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취업 후 대학등록금 상환제’ 등으로 돈 쓸 데가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 재정은 더욱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4대강 정비사업에 ‘올인’하는 게 옳은 선택인지는 상식만 있어도 쉽게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청와대와 여권 수뇌부는 지금이라도 4대강 정비사업의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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