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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6 20:49 수정 : 2005.05.26 20:49

국정원 과거사 진실위가 ‘김형욱 실종사건’의 조사 끝에, 김씨가 김재규 당시 중정부장의 지시로 프랑스에서 청부살해됐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정치적 보복에 의한 현지 살해, 국내 압송·살해 등 각종 억측과 가설이 난무했던 의혹의 가닥을 잡은 셈이다. 그러나 이것이 진실의 전부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사건은 국가정보기관이 법치에 대한 아무런 의식 없이 국법보다 독재정권의 자의에 따라 운영돼 왔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씨를 재판 없이 납치·살해한 수법은 조직폭력배 뺨친다. 또한 정권적 필요에 따라 남의 나라 주권이나 외교관계 등 국제적 신의나 국익도 돌아보지 않았다. 김대중 살해 기도, 최종길 교수 고문 치사, 인민혁명당 사건의 ‘사법 살인’ 등 박정희 군사독재가 정권 유지를 위해 자행했던 온갖 악행을 새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고 볼 수 없다. 조직 보호를 위한 중정의 독단으로 사건을 설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중정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하수조직이고, 박 정권의 치부를 고발하는 회고록 출간과 미국 하원 청문회 증언 등이 사건의 직접적인 발단이며, 이와 관련해 박씨는 여러 차례 큰 배신감과 분노를 보였다. 그의 직접 지시 여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1973년 김대중 납치 사건 때 중정의 독단 여부로 큰 물의를 빚었는데, 다시 중정이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보는 데는 큰 무리가 있다.

이런 야만이 사반세기 동안이나 밝혀지지 않은 것은 나라의 수치다. 뒤늦게나마 국정원이 나름대로 진실규명에 나선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참된 과거청산 없이 미래는 오지 않는다. 사건 관련자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나라를 위해 자기고백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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