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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정성 담긴 광복절 경축사를 듣고 싶다 |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광복절 64돌 경축사를 통해 정치·경제·사회 등 전반적인 국내문제와 대북정책에 대한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이 대통령의 올해 광복절 경축사가 유달리 관심과 기대를 모으는 까닭은 우리 사회 내부적으로나 한반도 상황이 현 정권의 심기일전과 정책기조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갈등과 분열, 민주주의의 위기, 양극화의 심화 등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실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에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직원의 귀환 등을 계기로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재고할 시점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축사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청와대가 미리 배포한 보도참고자료를 보면 몇 가지 대목은 눈에 띈다. 특히 중도실용과 국민통합을 강조한 게 눈길을 끈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중도실용의 개념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국민통합을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기구 구성을 준비중”이라고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이 말한 대통령 직속 기구는 이미 예고한 바 있는 사회통합위원회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내용을 접하면서 드는 의문은 아직도 이 대통령이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갈등과 분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유는 국민통합기구가 없어서가 아니다. 현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 정부 정책기조와 다른 의견에 대한 이 대통령의 수용 자세에 근본적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회복, 국정기조의 전면적 쇄신을 요구하는 시국선언 참가자들에게 오히려 탄압의 매를 들이밀면서 국민통합이 가능할까. 다른 예를 들 필요도 없다.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7개월이 지나도록 희생자들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 국민통합이란 단어를 입에 올릴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이 대통령이 요즘 즐겨 구사하는 중도, 실용, 통합, 상생 등의 단어들은 현실의 거울에 비춰 보면 허망하기만 하다. 오히려 거꾸로 가는 대목이 더 많을 정도다. 이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말의 성찬이 아니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중도실용, 대국민 이미지 개선용 ‘친서민’으로는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치유되지 않는다. 국정운영의 성공도 기약할 수 없다. 진정성과 실천 의지가 담긴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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