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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변화 의지 부족한 국세청 개혁 방안 |
국세청이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한 조직 개혁 방안을 내놨다. 본청 국장의 30%를 외부 인사로 채우고, 민간인이 대거 참여하는 국세행정위원회를 구성해 세정 업무를 투명하게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의 개혁안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 뿌리깊은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특히 전임 청장 세 사람이 줄줄이 부정과 비리 의혹에 연루돼 구속되거나 퇴진한 상황이라 이 정도 개혁안으로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세청에 대한 비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세무조사라는 막강한 무기를 이용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으로 행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워낙 힘있는 기관이다 보니 청장부터 일선 직원까지 부정과 비리로 조용할 날이 별로 없다. 둘째는 독립성을 유지하지 못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해왔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현 정부 들어서도 정연주 당시 사장을 겨냥한 한국방송 주변에 대한 세무조사,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등으로 권력의 심부름꾼 노릇을 충실히 해냈다. 결국 국세청 개혁은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과 스스로 권력기관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견제장치 마련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혁안의 내용은 부실하기 그지없다. 본청 국장의 30%를 외부 인사로 임명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감사관, 납세자보호관, 전산정보관리관 세 명뿐이다. 이 가운데 핵심 보직은 청장의 사조직처럼 움직여온 감사관실 하나다. 말은 외부 인사라고 했지만 개방형 직위가 으레 그렇듯이 전직 국세청 관료나 국세청 주변 인사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인물이 온다 해도 극도로 폐쇄적인 국세청 안에서 제대로 구실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세행정위원회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이름의 위원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업무의 전문성과 폐쇄성 때문에 거의 아무런 구실도 못 했다. 특히 정치적 목적으로 시행되는 특별 세무조사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나 권력에 의한 낙하산 인사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다. 인사권의 부분 위임과 납세자 보호 강화 등 작은 개선은 있지만 중요한 대목은 하나도 건드리지 못한 셈이다. 기왕 개혁을 하려면 정치적 독립과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더욱 과감하고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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