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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북한 합의, 남북관계 전환의 계기로 |
어제 발표된 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5개 항 합의는 전반적인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디딤돌로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합의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 사이의 첫 성과물이기도 하다.
합의 내용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재개, 군사분계선 육로통행 및 북쪽 지역 체류 제한 해제, 추석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 악화에 따라 중단되거나 파행을 겪은 일들을 예전 상태로 회복하는 것이다. 남북 사이 교류·협력의 정상화다. 다른 하나는 백두산관광과 개성공단 활성화 등 새 사업 추진이다. 합의 내용을 담은 공동보도문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따라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민족 공동의 번영을 위한 협력사업을 적극 발전시켜 나갈 의지”를 밝힘으로써 사업 확대에 대한 여지를 뒀다.
북한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게 하고 이런 합의를 한 배경에는 미국과의 대화 분위기 진전에 발맞춰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분명한 의도가 엿보인다. 북쪽은 또 이번 합의를 통해 남쪽 당국의 6·15 및 10·4 선언 수용을 압박하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북쪽이 일단 민간기업인 현대를 대화 상대로 삼았지만 앞으로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당국간 접촉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정부는 이번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적극 뒷받침해야 마땅하다. 개성공단 활성화와 이산가족 상봉은 정부도 공언해온 일이고, 금강산 및 개성 관광은 안전 문제만 확인되면 당연히 재개해야 하는 사업이다. 2007년 남북이 합의한 백두산관광 역시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정부는 합의 실행을 위한 남북 접촉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바란다. 모처럼 맞은 교류·협력 활성화 분위기가 불필요한 신경전 등으로 냉각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이번 합의를, 대결 위주로 진행돼온 남북관계를 전면적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이후 쌓인 남북 당국 사이 불신은 여전히 깊다. 이번 합의가 잘 이행되더라도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각국이 새로운 북한 핵 협상 틀을 만들려고 애쓰고 북한도 손을 내미는 지금이 바로 남북관계를 대결 국면에서 대화·협력 국면으로 바꿀 적기다. 그 한가운데 있는 것이 6·15 및 10·4 선언의 성실한 이행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두 선언 이행 의지를 분명히한다면 남북관계는 쉽게 풀릴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남북관계가 나빠질 때마다 기존 강경기조 대북정책을 옹호하며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고 말해왔다. 이제 이런 소극적이고 퇴행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남북관계의 새 틀을 짜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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